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러시아에선 벌써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독일 슈피겔은 11일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스크바 시민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앞에 자리했던 군사 상징물이 회담 이후 철거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미 대사관 앞에 ‘ZVO’라고 쓰인 상징물을 설치했다. ‘Z’는 원래 러시아 문자 체계에 없는 글자인데, 탱크와 무기 등에 그려져 ‘서부 군사 지역’을 뜻했다. 러시아 측이 여기에 ‘승리’,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등 여러 의미를 더해 선전에 활용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됐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서 러시아 국가대표 이반 쿨랴크는 유니폼에 테이프로 'Z'를 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 대사관 앞 조형물에는 “승리를 위하여 힘은 진실에 있다”라는 문구가 함께 새겨졌다.
슈피겔은 “러시아 당국은 미국인들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누가 승리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 글자들을 세웠다”고 봤다. 이번 회담으로 종전이 확정되면 조형물도 자연스럽게 철거 수순을 밟게 될 거란 의미다.

슈피겔은 러시아에서 전쟁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크렘린궁 인근 마네즈나야 광장엔 야자수와 인공 폭포, 어항 등으로 꾸며졌고, 시민들은 여유롭게 휴식을 취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3분의 2는 크렘린궁이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평화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이며,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노선을 따르는 것이라고 슈피겔이 짚었다.
크렘린궁도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지난 9일 회담 일정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답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런 반응은 정상회담이 알래스카에서 개최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알래스카는은 198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에 매입한 곳으로, 미·러 관계의 역사를 상징한다. 협상에 참여한 푸틴 대통령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경제특사는 “알래스카는 러시아 정교회의 뿌리가 깊고 모피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 역사적 지역으로 두 국가를 연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