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 재배면적 8만㏊ 감축이 농정 중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이 논의에는 전략작물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벼 재배면적 8만㏊ 감축이 논 면적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농정당국은 전략작물을 심어 논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현재 국산 밀·가루쌀·콩 시장은 농정당국의 설명에 많은 의문을 던진다. 올해 5% 자급을 목표한 밀은 2% 자급 수준의 생산조차 감당 못해 5만t 이상이 재고로 남은 상황이다. 가루쌀은 지난해 본격 생산을 시작했는데 생산면적은 목표 대비 60%에 그쳤고, 그나마 생산량도 60%는 재고로 남아 있다. 콩 역시 시장 수요 부족으로 산지 어려움이 크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 구상대로 벼 재배면적 8만㏊가 전략작물로 대체되려면 생산 장려와는 별도로 시장 수요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연구와 최근 시장 동향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것이 국산 밀·가루쌀·콩의 가격 경쟁력 확보이며, 시장 수요는 그런 전제 아래서 품질 고급화가 진전될 때 단계적으로 커갈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전략작물에 대한 생산장려금에 더해 가격·품질 그리고 장차 시장 수요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별도의 조처가 함께해야 한다.
이런 교훈은 우리에 앞서 전략작물 육성에 힘써온 일본의 사례에서도 잘 살필 수 있다. 일본은 2014∼2024년 주식용 쌀 재배면적이 21만㏊ 감소하는 중에도 전체 논 면적은 13만㏊만 주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사료용 쌀 등의 면적이 10만2000㏊ 증가한 덕분이다. 사료용 쌀 등이 주식용 쌀 재배면적을 일정 부분 대체했고, 사료 자급률 제고에도 나름의 기여를 한 모습이다.
일본에서 이런 전개가 가능했던 배경엔 사료용 쌀 등의 가격 경쟁력 제고가 놓여 있다. 농가가 사료용 쌀은 수입 옥수수보다, 쌀가루용 쌀은 밀보다 같거나 저렴하게 팔도록 하면서, 이로 인한 농가소득 결손 즉, 주식용 쌀 재배 때 소득보다 모자란 부분은 전략작물직불금으로 메워줬다.
이를 위한 일본의 논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추계해보면 국가 단위로만 연간 2000억엔에 이른다. 원화로 환산하면 1조9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지방자치단체에 별도 예산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고 짐작된다.
사료용 쌀 생산 장려를 위한 품종 개발, 주식용 쌀로 전환 방지 등 용도의 엄격한 제한도 함께한다. 소·돼지·닭을 구분해 사료 배합 비율 등 연구도 활발히 전개하는데, 이는 품질 측면에서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이다. 전략작물직불금은 생산·소비 계약을 전제로 지급되며, 이 계약의 주선과 성사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교량 역할을 한다.
이런 일본 사례는 우리가 재배면적 8만㏊의 벼를 전략작물로 전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잘 말해준다. 정부는 가루쌀 소비 확대를 위해 특별 가격으로 1㎏당 1000원에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지만, 그 대체품인 수입밀 1㎏은 가격이 500원 전후에 그친다. 시장 수요가 발생할지 냉정히 살펴야 한다.
건강 지향 소비자가 우리 전략작물에 2배 이상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밀·가루쌀·콩은 대개 가공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시장에서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소비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격·품질에 큰 집중이 필요하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