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이 김원형 감독(53)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두산은 20일 2+1년 최대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각 5억원)에 김 감독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승엽 전 감독에 이어 두산의 제12대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9위로 추락한 두산은 팀 재건이라는 목표를 상정하고 정규시즌을 마친 뒤 새 사령탑 후보를 추려 지난 주 사장·단장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적임자를 자체 판단해 바로 선임하던 두산이 후보군을 추려 정식으로 면접을 진행한 것 자체가 구단 사상 처음이었다. 지난 주 진행된 면접 결과 1순위로 낙점된 김원형 감독은 지난 19일 구단과 최종적으로 만남을 가져 계약 조건을 조율했다. 두산은 20일 오전 구단주의 승인을 받고 최종 선임을 발표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팀 재건을 위해서 김 감독의 우승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6월초 이승엽 전 감독을 경질하고 조성환 감독 대행 체제로 전환했지만 크게 반등하진 못했다. 정규시즌을 9위로 마감해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구단은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우승에 도전하는 전력을 구축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원형 감독이 낙점된 데는 투수 출신이라는 점이 주요하게 고려됐다. 두산은 올 시즌 투수진 평균 자책 4.30으로 리그 6위였다. 외인 1선발 콜 어빈이 크게 부진했고 3선발 토종 에이스 곽빈은 부침을 겪었다. 10승을 올린 투수는 2선발 잭 로그가 유일하다. 뒷문을 책임지는 불펜도 헐거웠다. 정규시즌 144경기 중 역전패를 당한 것이 36번, 리그에서 3번째로 많았다. 탄탄한 편이었던 마운드가 부실해진 것은 팀 추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현역 시절 명 투수였던 김 감독은 두산 투수코치 출신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2년 간 김 감독이 두산 투수들을 지도한 기간 팀 평균자책은 3.91로 이 기간 10개 구단 중 1위였다. 구단 관계자는 “당시 김 감독이 투수 전문가로서 마운드를 잘 이끌었다. 팀이 올해 취약했던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1991년 쌍방울 소속 투수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 감독은 현역 생활 21시즌동안 통산 545경기에 등판해 134승144패 26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올렸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SK와 롯데, 두산에서 투수코치를 거쳤고 2021년 SK에서 변신한 SSG 사령탑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다. 2년 차였던 2022년 KBO리그 최초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어 ‘우승 감독’ 대열에 올랐다. 당시 한국시리즈 중 SSG와 3년 재계약을 했으나 이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전격 경질돼 논란이 됐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연수를 거친 김 감독은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코치를 맡고 있었다. 투수전문가로서 대표팀 부활을 준비하던 중 비시즌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김원형 감독은 이날 선임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갑자기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팀에 있는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성과 ‘윈나우’를 적절하게 아우르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은 필요하지만 성적도 놓칠 수 없다”며 “일단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기본기, 수비 훈련에 중점을 둔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은 원래 강팀이다. 올해 결과가 약간 좋지 않아 실망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 선수들과 함께 두산의 끈기 있는 야구를 다시 한번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두산은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오는 29일 시작되는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선수단을 지휘한다. 취임식도 곧 열린다.
이승엽 전 감독 사퇴 이후 팀을 이끌어온 조성환 전 감독 대행은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