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소송 결과 기다리나" LG 하이케어솔루션 노사 교섭 열 달째 제자리

2025-01-17

[비즈한국] 방문 관리 인력의 처우 개선 요구를 맞닥뜨린 가전제품 렌털 업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업계 첫 대규모 집단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코웨이에 제기된 주휴·연차 수당 청구 소송처럼 각 기업에 유사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업무 비용 등 처우 개선 조치가 혹여 발목을 잡을까 교섭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LG전자 ​구독·케어 서비스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은 지난해 3월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지만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갈등이 해를 넘겼다. 방문 점검 조직 곳곳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최후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고민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노조 리스크가 확대될까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구독​ 속도 내는 LG전자, 방문 점검 노조와 갈등

LG전자는 냉장고와 에어컨, TV 등 대형 가전 영역에서 구독 사업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정수기를 중심으로 한 기존 렌털 사업이 발판이 됐다. 코웨이, SK매직(옛 동양매직), 청호 등 중견 가전 기업이 잡고 있던 렌털 시장에 2009년 정수기로 출사표를 냈다. 2015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넘지 못하다가 사업 개시 10년 만인 2019년 매출 43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기존 렌털 사업을 대형 가전 구독 사업과 통합한 2023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원을 넘겼고 2024년에는 전년보다 60% 가까이 오른 1조 8000억 원대 실적이 예상된다. 가전 분야 경쟁력과 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방문 점검 인력의 처우 개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5년 전이다. LG전자의 생활가전을 점검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LG전자의 구독·케어 전문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 소속이다. 하이케어솔루션은 LG전자가 2006년 분사한 서비스 유지보수 전문 완전자회사 하이엠솔루텍에서 렌털 부문을 떼어내 2020년 신설했다. 사업 전문화와 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이유였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같은 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국내 업계에서 최초로 방문점검원 노조가 탄생한 건 업계 부동의 1위 코웨이지만, 단체협약이 맨 처음 체결된 곳은 LG하이케어솔루션이다. 노사는 노조 설립 4개월 만인 2020년 9월 점검 수수료 인상, 유가 연동 유류비 지원, ‘헛걸음 지원제(예약 취소 수당)’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다음해 교섭은 한 해를 넘긴 끝에 수수료 350원 인상 등 가까스로 결론을 냈고, 올해 임단협은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인근 하이케어솔루션 사옥에서 사측의 성실한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3월 첫 노조안이 제시된 뒤 노사 논의는 10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현재 노조 측 주요 요구안은 △유류비 10만 원 지급 △슬림형 정수기 기준 수수료 500원 인상 △유니폼 무상 지급 등이다. 노조 측은 “사측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임하면서 올해 임단협 논의가 장기화됐다”며 “사측의 교섭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류비, 유니폼 제공하면 근로자성 인정될 수 있어 조심

하이케어솔루션 측의 지지부진한 교섭 행보를 두고 코웨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방문 점검원은 특수고용직으로 기본급 없이 한 달에 처리하는 계정(기기 점검 수요) 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개인사업자와 같이 분류되고 4대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코웨이 방문점검원 코디·코닥 2600여 명은 지난해 8월 말 코웨이를 대상으로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로 소송의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달려 있다.

코웨이를 비롯한 LG, SK매직 소속 방문 점검 인력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근기법상 근로자 지위는 확보하지 못했다. 실제 근로 환경과 임금 조건 개선 등 ‘실속’을 챙기려면 근로자성이 확인돼야 하는데 아직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코웨이에서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면 업계 전반에 법적 지위 확인을 위한 유사한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퇴직금 소송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가 숨을 죽이고 분위기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도 예외는 아니다. LG케어솔루션지회 관계자는 “유류비 지원 확대, 유니폼 지원 등 노조의 요구 사항 대부분이 추후 근로자성의 입증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측이 거부하고 있다”며 “계정(일감) 갑질과 부당 업무 해지로부터 최소한의 보호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LG의 계정 수수료 단가는 △슬림정수기 9700원 △직수형정수기 10650원 △얼음정수기냉장고 12800원 △공기청정기 알파 1단 1만 원 등이다. 단가가 비교적 낮은 정수기 제품에 일감이 몰려 있어 월 150~160건을 소화할 때 160만 원 정도를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유류비는 평균 1만 4000원이 지급된다. 월 20만~25만 원이 드는 유류비 등 각종 비용을 사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이케어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하는 등 합의를 위해 노력했으나 노사 간 이견으로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다만 사측은 노조와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올해 노사가 여러 차례 대화 자리를 가지는 등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웨이와 코디·코닥 간 소송은 상반기 중 구체적인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동종 업계뿐만 아니라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 문제를 다루는 산업군도 판결이 미칠 영향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 방문점검원 조직 관계자는 “노조 단위가 아니더라도 개별적인 대응을 고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법 전문 김남석 변호사는 “유류비와 유니폼 제공 등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그런 요인을 꼼꼼히 따져봤을 것”이라며 “소송의 쟁점은 종속 관계 여부다. 한 업체의 일감만 취급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회사의 지시와 일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작업 내용 등을 보고했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집단소송의 경우 근거자료가 충분한 만큼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이 소송 등 주요 사안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지만 분쟁 없이 합의를 도출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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