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지털화폐 실험, 우려보다 기회

2025-03-31

1일부터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 들어간다. CBDC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시대에서 필연적 선택이다. 그런데 세계 기축통화를 쥐고 있는 미국은 CBDC에 오히려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CBDC 반대 행정명령까지 내린 것은 단지 '개인정보 침해'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상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행보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 CBDC 대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이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을 논의하는 배경엔 중국 CBDC 도전에 대응하고, 디지털 자산을 통해 달러 중심 금융질서를 지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러시아가 SWIFT 제재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 우회한 사례는 디지털 통화의 전략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CBDC 도입 실험이 필요하다.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긴급재난지원금, 지역 바우처 지급 등 사회적 인프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려도 존재한다.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다. 이는 개인 거래 내역이 노출될 가능성이 큰 소매형(개인용) CBDC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실험은 기관용(도매형) CBDC로, 금융기관 간 결제 효율성 향상과 시스템 구축이 핵심 목표다.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소매형 CBDC에 비해 위험이 낮다.

이번 기관용 CBDC 실험은 기관 간 인프라 구축을 선제적으로 시도하고 국제적인 주도권 경쟁에 참여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은 지속 보완해가야 할 과제다. 디지털화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결국 기술력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실험이 단순 기술 검증에 그치지 않고 신뢰 기반의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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