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동시에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7일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두 상이 일시에 수상작을 내지 않은 건 27년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문학진흥회가 주최한 제173회 아쿠타가와상·나오키상 심사회는 두 상 모두에서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전날 결정했다.
두 상 모두 수상작을 내지 않는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1935년 시작된 두 상의 수상 역사에서 6번째이기도 하다. 나오키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은 건 2007년 이래 처음이며,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 안 나온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기 위해 1935년 제정된 상이다. 문학성 높은 작품을 쓴 작가를 주 대상으로 한 해 두 차례 수상자를 선정한다. 신인 작가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설가 아베 고보, 오에 겐자부로, 엔도 슈사쿠, 무라카미 류 등 유명 작가 다수가 이 상을 받았다.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세계적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 생활 초창기 아쿠타가와 상과 인연이 없어 문학계 안팎에서 오랜 기간 논란거리였다.
나오키상은 상대적으로 대중성 있는 작품에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리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이 이 상을 받았다. 두 상 모두 수상작이 되면 일본 내 서점에 전진 배치되는 관행이 있어 ‘흥행 보증수표’라고도 불린다.
아쿠타가와상 심사에서는 후보작 4개 작품 중 두 작품이 2차 투표까지 벌였으나 결국 어느 작품도 과반 찬성이 나오지 않았다.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아쿠타가와상은 어떤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시점을 가져오는 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며 “새로운 시도 등은 많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라는 의미였다”고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은 취지를 설명했다.
나오키상 심사위원은 “각 작품의 수준이 매우 비슷해 같은 작품을 강력히 추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수로 나뉘는 등, 두드러진 작품이 없어 결국 한 작품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심사위원 전원 합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