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중궁이 ‘인(仁)’의 실천에 대해 묻자, 공자는 “밖에서 남과 사귈 때는 큰 손님을 대하듯이 공경을 다하고, 백성들을 부릴 때는 제사를 받들 듯이 조심스럽게 하라”고 하면서 이런 당부도 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마라.” 여기서 8자성어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 나왔다. 『논어』 중에서도 특히 널리 알려진 구절로서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는 뜻의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통용할 수 있는 말이다.
‘잡초’라는 이유로 논밭의 풀을 뽑아 뿌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뒤집어 놓는다. 생명인 잡초에 대해 ‘차마 못 할 짓’을 한 게 분명하지만, 잡초 제거를 너무 당연시하다 보니 ‘역지사지’의 미안한 마음을 전혀 갖지 않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제거하더라도 순간이나마 ‘역지사지’의 미안한 마음으로 잡초에 대해서도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인’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사람 사는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내게 방해가 되는 것은 무조건 다 제거하고, 내가 싫은 일은 남에게 떠넘기라’라는 식의 무서운 교육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볼 때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남이 아닌 나와 내 자식을 평화롭게 살게 하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