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딥페이크와 가짜뉴스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주장이 순식간에 진실로 둔갑해 여러 사람의 판단력을 흐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미디어 단절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규제 확대가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별해 활용하는 능력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 뉴저지주는 지난 2023년 공립학교에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완료했다. 프랑스는 2013년 미디어와 정보 교육을 명시화하고 중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에 미디어와 정보 교육을 포함시켰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담당하는 정부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교과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디어 리터러시가 법제화되지 않았다. 그간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주요 이슈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컨트롤타워 역시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미디어 관계부처에서 산발적으로 미디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체부와 방통위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협력을 통해 지난해 '미디어 역량교육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주민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미디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하고, 온라인 환경에서의 무료 미디어교육을 위해 부처별 온라인 플랫폼 기능을 개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부처 간 협력 시도는 의미 있으나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AI 발전으로 매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 AI가 생산한 허위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