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54)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의회 연설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파란색 넥타이와 하얀색 셔츠를 착용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연설장에 도착했다. 박수로 환영하는 참석자들에게 그는 거수경례로 답례했다. 양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평소 캐주얼한 차림으로 백악관을 누벼 왔다. 지난달 26일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첫 각료회의에는 ‘기술 지원’(tech support)이라고 쓰인 티셔츠와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쓰인 야구모자를 쓰고 나타나기도 했다.
머스크의 이날 정장 차림은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에서 불거진 정장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어두운 카키색의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왔다. 이날 그는 우크라이나의 상징인 삼지창이 왼쪽 가슴에 새겨진 검정 긴 팔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전투화를 신었다. 평소보다는 다소 격식을 차린 듯한 옷차림이었지만 정장은 아니었다.
이에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악수하며 “오늘 잘 차려입었네”라며 비꼬듯이 말했다.
특히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보수 성향 매체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 당신은 이 나라의 최고위급 사무실에 있으면서 정장을 입기를 거부했다. 정장이 있기는 하냐”라고 조롱하는 투로 질문했다.
머스크도 그날 자신이 소유한 X에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악수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오늘은 다 차려입었다”라는 트럼프의 말과 함께 웃는 이모티콘을 붙여 조롱했다.
이에 머스크를 향해 본인 역시 백악관 회의에 티셔츠를 입고 참석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머스크의 게시물에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그가 아들과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쓴 사진을 올리며 이런 옷차림도 “오벌 오피스에서의 옷차림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날 미국의 거물 정치인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 등 민주당 일부 여성 의원들은 핑크색 정장을 입고 자리해 ‘반(反)트럼프’의 뜻을 표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들은 미국 여성과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시각적 항의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파란색과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했다. 등에 “저항하라”, “오류”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민주당원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