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하면서 투자 대기성 자금에 해당하는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이 1영업일 만에 약 2조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안 가결 이후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되면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로 ‘머니무브’가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16일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17조 196억 원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인 13일(618조 9623억 원)에 비해 1조 9427억 원 줄었다. 13일 기준 투자 대기성 자금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3일(600조 2615억 원) 대비 약 2주 만에 18조 7008억 원 급증한 바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에는 608조 3150억 원으로 집계되면서 하루 만에 8조 원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큰 폭으로 증가하던 요구불예금이 이번 주 들어 줄어든 것은 14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불안심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주식과 가상자산 등의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더욱 뜨거워진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돈이 대거 이동한 것으로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말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우려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해 시장 분위기가 좋은 미국 주식, 가상자산 등 투자처로 돈이 빠져 나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만약 탄핵안이 부결됐다면 요구불예금 잔액도 증가세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에도 고환율 등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해 돈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로 이동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13일에서 16일 사이 1영업일 만에 11억 6000만 달러 늘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에는 달러 예금 잔액이 하루 사이에 6억 5500만 달러 감소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안이 가결됐더라도 여전히 1400원 대 중반에 달하는 고금리를 포함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와 금을 보유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