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리는 청년-로컬웍스 정은정 대표
양봉농가 고충 듣고 사업 도전
레몬·생강·초콜릿 등 재료 첨가
물에 잘 녹는 ‘블렌딩 허니’ 개발
2030 취향저격… 소비시장 확대
전주 ‘워커비 카페’ 홍보役 톡톡
“농가 지원 등 선순환 노력 지속
2025년 日 진출 시작 글로벌화 목표”
“벌꿀에 천연재료를 더한 블렌딩 허니 제품을 개발해 중장년층에 국한된 소비시장을 20∼30대 젊은 층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22일 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자리한 벌꿀 제품 제조·유통기업 ㈜로컬웍스에서 만난 정은정(41) 대표는 “식량자원과 직결된 꿀벌이 농약이나 기후변화 등 문제로 감소하고 있어 꿀벌을 기르고 돌보는 양봉 농가를 지원해 선순환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가 이끄는 로컬웍스는 벌꿀을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이며, 벌꿀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꿀 섭취 시 손에 묻거나 병에 남은 끈적거리는 불편을 해결하고 레몬, 생강, 초콜릿 등 다양한 재료를 첨가한 블렌딩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꿀이 냉수에서 빠르게 용해하도록 개선하고 꿀의 용도에 맞는 다양한 용기 형태와 포장 디자인도 개발해 편리성도 높였다. 이는 단순히 벌꿀 소비 범위를 넓힌 데 그치지 않고, 양봉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 대표는 “벌꿀에 천연 재료를 더하면 그 맛과 효능이 더욱 강조되고, 소비자들이 취향대로 즐기기에 편해진다”며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를 넘어 일상에서 꿀을 더 자주 사용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벌꿀 사업에 도전한 것은 2018년부터다. 부모님이 은퇴 뒤 거주하고 있는 경남 산청군 인근 진주시에 자그마한 기업을 설립해 지역에서 생산된 꿀에 천연 재료를 더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양봉 농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양봉농가에서 꿀을 유리병에 담고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이 여전히 재래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며 “꿀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겨울철에 꿀이 하얗게 굳는 특유의 현상 때문에 소비자들이 ‘설탕 꿀’이라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작 농가들은 이에 쉽게 대처하지 못했고 판로 확보와 배송,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손수 해결해야 해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축산물품질평가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 공공기관과 협업해 특허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특색 있는 여러 로컬 브랜드들과도 손잡고 꿀과 잘 어울리는 버터, 캐러멜, 콤부차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벌꿀 제품은 예상대로 시럽이나 잼을 선호하던 20∼30대 젊은 소비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시장이 빠르게 확산됐다.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정 대표는 4개월 후 법인을 설립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다양한 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로컬웍스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로컬웍스는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꿀 생산의 안정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양봉농가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로컬웍스는 한 지역에 그쳤던 거래처를 전국으로 확장하며 꿀 소비를 확대하고 꿀벌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 대표는 “꿀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양봉가들과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들,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 생활 환경 등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그만큼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행동을 실행함으로써 이 모든 연결 고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꿀과 인연을 맺기 전 두 번의 창업 경험을 쌓았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 여성복 판매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이었고, 두 번째는 원예학 전공을 살린 돌잔치 연출 사업이었다. 두 사업 모두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바쁜 일정을 보내던 중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년간 자체 ‘안식년’을 택했다. 정 대표는 “부모님이 귀향한 경남 산청에서 꿀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꿀 산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2020년 정 대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소기업을 위해 연구와 장비,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랩을 이수하고, 식품벤처센터에 벌꿀 제조 및 유통 공장을 마련해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로컬웍스는 천연 재료를 더한 블렌딩 벌꿀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다. 그는 “벌꿀 외에도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화분 등 양봉산물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더욱 친숙하게 양봉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말에는 한 해 1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인근에 제품 판매장 ‘워커비’를 열었다. 일벌을 뜻하는 이 카페에서는 전북 지역 양봉농가에서 생산한 벌집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단순히 카페를 넘어서 소상공인들이 소통하고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공급하면서 꿀벌을 기르는 양봉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양봉 농가와 꿀벌 보호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도록 캠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올해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전 세계에서 꿀벌 보호 캠페인과 양봉농가 지원 활동을 전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