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2.0 기반 ‘CXL 메모리 모듈(CMM)-더블데이터레이트(DDR)5’ 96기가바이트(GB)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고객 인증은 고객사들이 요구한 성능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는 의미로, 제품 양산을 앞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CXL 메모리 모듈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중 하나다. D램의 데이터 처리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 인공지능(AI) 시대에 최적화된 ‘넥스트 HBM’이라고도 불린다.
기존에는 인공지능(AI) 가속기 내에 탑재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함께 패키징된 내부 메모리만을 활용했지만, CXL 2.0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 대의 AI 가속기가 외부의 고성능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다. 적은 메모리 자원으로도 연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HBM과 차별화된 강점이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CXL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10월 128GB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고, 현재는 256GB 제품의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96GB 제품의 인증을 완료한 데 이어, 128GB 제품도 고객사와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HBM과 달리 CXL 메모리 모듈은 호환 가능한 제품이 적어 본격적인 시장 개화는 지연되고 있다. 양사 모두 제품 양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을 마쳤지만, 아직 고객사들의 실제 주문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CXL 2.0을 지원하는 서버용 CPU가 지난해말에 처음 출시되는 등 생태계 조성은 더딘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2~3분기쯤 CXL 2.0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