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기술·최신곡 차별화 '흥이 절로' …국민 놀이문화 부활 기대 '소리 질러' [S스토리-설 연휴 노래방 가보셨나요?… 달라진 업계 트랜드]

2025-01-30

MZ세대 중심 인기몰이 ‘코인노래방’

반주기 업체, 소비자 요구·취향 반영

10년 전 발표된 노래 뒤늦게 신곡 등록

음원 리노베이션에 이벤트까지 다채

국내 업체, 글로벌 음반칩 기업 인수

기술 앞세워 노래방 음질 향상 온힘

유튜브 개설 최신 반주곡 등 공개도

“다양한 수요에 맞춰 진화 거듭할 것”

민족 대명절 설 연휴를 맞아 가족 구성원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각종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 세대들은 또래들과 함께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노래방, 또는 코인노래방. 특히 10대들은 코인노래방 등에 가서 아이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거나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으며 설 연휴를 즐기기도 한다.

통상 ‘노래방’은 방음이 잘된 방에서 반주기를 통해 노래를 부르는 장소를 뜻한다. 이 노래방은 1980년대 일본의 반주음악기계 가라오케가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가라오케는 가짜라는 뜻의 일본어 ‘가라’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로, 노래방은 일본에서 ‘가라오케’, 영어권에선 일본의 영향으로 ‘캐러오케(Karaoke)’라 부른다. 한국에는 일본과 가까우면서 교류가 잦았던 부산시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 국내 1호 노래방이 1991년 4월에 생겼다.

초창기 노래방은 건물의 지하 등에 위치해 가족이나 친구 모임, 회사 회식의 한 코스 등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2016년쯤 혼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1인 노래방인 ‘코인노래방’이 등장하면서 10대를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면서 노래방은 위기를 맞았다, 2022년 일상으로의 회복이 이뤄지면서 이용객이 늘기는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상태는 아니다. 더욱이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를 즐기면서 노래방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코인노래방이 인기를 끌면서 명맥을 유지 중이다.

노래방 업계와 노래 반주기 업체 등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유행 변화 등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노래방 감소세 속 MZ 덕에 코노는 유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노래방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에 따르면 2016년 9월 3만2372개였던 전국 노래방 수는 2020년 9월 2만9251개로 3만개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론 2만5853개로 8년 전과 비교하면 7000여개가 문을 닫았다.

반면 코인노래방은 노래방과 사정이 일부 다르다. 코인노래방은 MZ세대의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경기를 많이 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황이었던 2016년 때처럼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 말 그대로 ‘현상 유지’ 중이다.

노래방 업계 관계자는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노래방 이용객이 줄고 있다”며 “코인노래방은 젊은 세대들이 홀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해당 모습을 유튜브 등에 공개하는 등 MZ세대의 놀이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어느 정도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래 반주기 업체 관계자는 “노래방은 물론이고 코인노래방까지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에 노래방 업계는 물론이고 노래 반주기 업체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노래가 왜 노래방 신곡에?

“부산에서 만난 지아라는 여자 보고 싶어도 찾을 방법이 없어/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을까? 오늘 하루도 나는 그 사람 찾아 헤매이겠지”(영재의 ‘부산’ 중)

노래 반주기 업체 TJ미디어는 지난해 2월2일 반주곡으로 영재의 ‘부산’을 새롭게 등록했다. TJ미디어는 가요 유행(트렌드)에 맞춰 매월 수백 곡의 노래를 선정해 반주곡으로 제작하고 있다. 그렇게 등록돼 있는 반주곡만 7만여곡. 대부분 유명 가수가 새롭게 내놓은 노래나 유튜브 등을 통해 인기를 얻은 곡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영재의 ‘부산’은 2014년 8월 29일에 발표한 곡이다. 발표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노래에 대한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던 노래다. 하지만 그럼에도 10년 가까이 흐른 지난해 2월에 뜬금없이 신곡으로 등록됐다. 이에 대해 TJ미디어 관계자는 “대부분 신곡이 새로운 반주곡으로 들어가지만, 팬들의 꾸준한 요청에 신규 등록되는 노래도 있다”며 “영재의 ‘부산’도 이에 해당하는 곡으로, 노래방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래방 업계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음원 콘텐츠 리노베이션’도 이 일환으로, TJ미디어는 7년 전부터 비용을 투자해 과거에 녹음했던 반주곡을 더 선명한 소리로 즐길 수 있도록 요즘 기술로 다시 제작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기타, 베이스 등 노래마다 가지고 있는 소리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연주자를 섭외해 각 곡 특성에 맞게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가수와 함께하는 TJ노래방 챌린지’나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코노챌린지’ 등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적극 열면서 노래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3위 음반칩 제조기업 인수도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는 장소이기 때문에 음향기기는 당연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반주곡의 음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이크와 스피커가 겹쳐 발생하는 하울링(마이크의 소리가 스피커로 나오고 다시 마이크로 들어간 후 또 스피커로 증폭되는 것이 계속되는 현상)과 잡음(노이즈) 등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는 코인노래방의 경우 이러한 하울링이나 잡음이 자주 생길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음향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필수적인 가운데 TJ미디어는 13년 전인 2011년 프랑스 음원칩 전문기업 드림사(Dream S.A.S)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금액은 약 29억원으로, 취득 후 지분율은 100%다. 드림사가 제조하는 음원칩은 연주 신호를 사운드로 변환해 주는 반도체칩으로 노래 반주기를 비롯해 각종 전자악기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드림사는 일본 야마하, 롤랜드에 이어 세계 3위 음원칩 제조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기업을 국내 노래 반주기 업체인 TJ미디어가 인수한 것이다. TJ미디어 관계자는 “드림사와 TJ미디어가 가진 기술을 결합해 노래방 환경에 최적화된 음향을 지속적으로 개발, 적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드림사를 인수한 TJ미디어는 이들의 기술력을 활용해 2016년쯤부터 불기 시작한 코인노래방의 붐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인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 코인/동전노래방은 3100여곳으로, 전체의 97%가량을 TJ미디어가 점유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좁은 공간에서 큰 소리가 나오는 코인노래방 특성상 하울링이나 잡음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이 다른 노래 반주기 업체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음향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하울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기술”이라며 “특히 목소리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댄스나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코인노래방 특성상 품질이 좋은 음향을 제공하기 위해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등을 적극 활용하는 노래방

TJ미디어와 금영엔터테인먼트 등 노래방 업체는 최근 음향 전문 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노래방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노래 반주기는 물론이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노래 반주기, 마이크, 스피커, 모니터 등도 개발·판매하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 사용하는 노래 반주기와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고 연구, 개발, 판매까지 모두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변화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들 회사는 노래방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반주곡들을 공개하고 있다.

흔히 반주곡이 유튜브에 공개되면 노래방을 더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노래방 업체들이 이런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해 반주곡을 공개해 발생하는 수입은 물론이고, 유튜브를 통해 노래 연습을 하고 노래방이나 코인노래방 등에서 부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TJ미디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수와 함께하는 TJ노래방 챌린지’는 물론이고 ‘한 주 동안 조회수 급상승 노래 리스트’, ‘뮤지컬 넘버 모음’, ‘반주듣고 노래 맞추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쇼츠(짧은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금영엔터테인먼트도 ‘2024 MAMA 빅뱅 반주 모음’ 등 최근 유행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를 발 빠르게 올리고 있다. ‘최신 인기곡 모음’이나 ‘월간 노래방 인기차트’, ‘테마별 반주 모음’은 물론이고 ‘일본곡 노래방 모음’, ‘귀엽고 깜찍한 동요모음’, ‘별빛같은 트롯모음’ 등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분류해 제공 중이다. 또한 5초가량 반주만 들려줘 노래를 맞히는 ‘믹스반주퀴즈’ 등 소비자가 참여하는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노래 반주기 업체 관계자는 “노래방 업계와 협업해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올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노래와 뗄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성에 맞춰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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