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저항’ 윤석열, 굴비 줄에 매달린 공범들···정태관 화가 ‘12·3 내란 1년’ SNS특별전

2025-12-03

한 남성이 헐렁한 속옷 한 장만 입은 채 바닥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있다. 체면도 위엄은 찾아 볼 수 없다. 마치 끌려 나가지 않으려는 듯 상반신을 비틀어 고개를 치켜 들고 두 팔을 허공에 휘젓고 있다. 주변에는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포졸 복장의 인물 3명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2명은 몽둥이에 두 손을 포갠 채 그 남성을 한심하게 내려다보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입을 크게 벌린 뱀을 몽둥이 삼아 높이 들어 그 남성을 내리칠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뒤편 벽면에는 쇠창살이 박힌 작은 감옥 창문이 배치돼 있는데, 그 안에서 파란 수의를 입은 여성이 보따리를 품에 안은 채 창문 밖 소동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하단에는 “여보, 나도 곧 들어갈 거예요”라고 적혀있다.

전남 목포에서 활동하는 정태관 화가(66)가 그린 <윤석열 체포영장 거부 ‘빤스 퍼포먼스’>라는 제목의 수묵화다. 정 화가는 12·3 불법 비상계엄 저지 1주년을 맞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력의 칼날을 독처럼 휘두르던 자가 결국 그 독을 되돌려 받는 것을 표현했다”라며 “올해가 을사년 뱀띠 해여서 뱀을 모티프로 쓴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 화가는 이날 이 작품을 포함해 계엄령을 공포한 지난해 12월 3일부터 현재까지의 장면을 풍자·해학으로 풀어낸 작품 21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12·3 내란 1년 어둠의 그날들’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들은 ‘김건희 서울 남부구치소 구속’ ‘지귀연 부장판사 윤석열 구속 취소’ ‘우원식 국회의장 월담’ 등 정치적 장면도 담고 있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와 공범자들을 엮다>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허공에 걸린 M16 소총 아래 내란 주동자들의 얼굴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내려오는 구성이 특징이다. 정 화가는 “부역자 등 공범인 그들을 역사의 형틀에 함께 박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화가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은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할 때부터다. 그는 “민속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예술이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다. 당시 봉사자 모임인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 공동대표로 활동한 그는 “그 시기를 지나며 예술가로서 사회적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여겼다”고 회상했다. 이후 시민사회 활동과 함께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세월호 신항 거치 200일 기록화 SNS 그림전(2017~2018)’, 무술년 SNS 풍자전 등을 열고 세월호 304 서화 퍼포먼스, ‘5·18 민중항쟁 희생자 518인 서화 퍼포먼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수묵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정 화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해석에 대해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는 예술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희·전두환의 쿠데타에서 12·3 내란까지 반복된 역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록을 계속하겠다”며 “내란의 잔불이 하루빨리 꺼지고,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서 볼 수 있다. 원작은 목포시 ‘화가의 집’ 정태관 화가의 작업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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