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토요일 독서 모임에 다녀왔다. ‘한강 읽기 모임’이었다.
책을 많이 잘 읽고 싶은데 혼자는 한계가 있다. 읽다가 중단한 적이 많다. 수행하듯 읽으니 다른 재미있는 일에 치이기 일쑤다. 스스로 정한 목표치만 간신히 채우고 덮어버리곤 한다.
글을 쓰려 맘먹고부터 독서의 필요를 더욱 느끼고 있다. 어떻게 쓰는지 곁눈질했다. 고전을 읽으려 시도했다. 사람들이 살아낸 환경을 배우며 그네들을 이해하고 글 속의 주옥같은 표현도 닮고 싶었다.
읽을수록 내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렵게 읽은 책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 의지를 다해 읽어 내린 책은 곧 책꽂이에서 장식품이 됐고 나는 읽어냈다는 안도감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생각은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와 객관화 과정을 거친다. 타인의 말을 들으며 내 맘을 깨닫기도 한다, 동의하는 혹은 반대하는 대화를 통해 제대로 알아간다. 책 속에 나오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내 기준에 갇히기 쉽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고정된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설득하기도 하고 설득당하며 폭이 넓어진다. 타인과 더불어 배울 수 있어 참 좋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독서 모임이 열린다니 가슴 뛰는 일이었다. 신문을 통해 알고 오신 분이 대부분이었다. 관심 있는 분들과 작품을 중심으로 생각을 나누고 곁가지도 듣고 왔다. 선물 하나 들고 갔다가 두 손 가득 선물 받고 왔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로 모임을 했다. 작품 배경인 제주 4·3사건에 대한 자료를 공부하고 책도 꼼꼼히 읽어 갔다. 독서 토론 경험이 없는 나는 책에 밑줄 쳐가며 읽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의견을 말했다. 모임에는 제주에서 생활하신 분들이 있어 제주 살이에 대한 다양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집에 살더라도 각자의 부엌을 갖고 따로 살림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듣는 말이었는데 독립적인 여성들의 삶이 놀라왔다.
한강 작가를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젊은 여성인 그녀에게 호기심이 일어 몇 편을 읽었다. ‘아버지 영향으로 문단에 쉬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라는 내 선입견은 사라졌으나 이상 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을 접하고는 난해한 작가라 여기고 그녀를 잊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그녀 책을 다시 보고 있다.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적 표현이 담긴 작품들에 유난히 마음이 끌린다.
한강 작가는 역사 뒤안길에서 잊혀져간 사람들 삶에 시선을 둔다. 나는 비겁하게 뒤로 빠져 적당히 살아가고 있으나 누군가 나와 주길 바랐다. 용기 있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승자들이 써 내려간 역사 안에서 그녀는 소시민을 어루만진다. 그녀 책을 읽음으로 그녀를 응원하기로 했다. 다음 독서 모임이 기다려진다. 한 달에 한 번, 오렌지글사랑에서 진행되는 이 모임에 관심 있는 분들 함께했으면 좋겠다.
김현실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