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가 되는 게 포괄적인 큰 꿈이고요. 궁극적으로는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성격은 기본이고, 연기력까지 갖춘 좋은 배우는 많다. 그러나 최우진은 좋은 배우이면서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얘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가 되겠다는 게 신인 배우의 목표였다.
지난 16일 최우진은 스포츠경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는 명함이 없다”며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어리둥절하게 받은 A4용지에는 좋아하는 음식, 롤모델 등 최우진에 관한 간략한 정보가 적혀있었다.
자기소개서를 따로 준비해 올 만큼 열정 가득한 그는 이제 갓 데뷔한 지 1년이 지난 따끈따끈한 신예다. 그는 TVING ‘이제 곧 죽습니다’로 데뷔한 이후 곧바로 지상파 조연 자리를 꿰찼다.
“데뷔 1년 남짓인데, 너무 좋은 작품에 들어갈 수 있었고, 좋은 배역을 맡아서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았어요. 작년 연말도 행복하게 마무리했고,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데뷔 1주년에 회사 매니저님이 축하해줘서 ‘1년 됐구나’ 싶었습니다. 데뷔 후 달라진 점은 많은 분이 관심을 주신다는 거예요. 인스타 팔로워 수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300명에서 43만 명으로 늘었어요”
최우진은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대통령 대변인 백사언(유연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별정직 행정관 박도재 역을 맡았다. 그는 극 중에서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역할이었으나, 한순간 악역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반전 매력을 뽐냈다. 특히 10부에서 정체가 드러난 박도재의 칼 맞는 장면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불렀다.
“특별히 걱정을 많이 하고 고민한 건 10부였어요. 박도재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요한 장면이었고, 칼을 맞아야 하는데 맞아본 적이 없으니 유튜브에 검색해서 신체 현상을 찾아봤어요. 찾아본 자료에 의거해서 상상으로 만들어가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칼을 맞은 상태에서 형을 위해 다져온 복수심을 연기해야 했거든요. 현장에서 베테랑처럼 하지는 못했는데, 유연석 선배님이 ‘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준비하면 된다’고 해주셨어요. 얼굴 분장도, 피 솟는 것도 많이 해달라고 부탁해주셨고요. 10부 본방사수를 하면서 심장이 엄청 빨리 뛰었는데, 유연석 선배께서 전화로 ‘잘 나왔더라. 잘했다. 고생했다’ 해주셔서 감동 받았어요”
‘지거전’ 박도재는 유연석과 채수빈의 꽁냥스러운 대화를 도청한다. 드라마에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으나, 시청자들은 ‘박도재가 대체 이 대화를 어떻게 참았지’라며 아우성칠 정도였다.
“최우진으로서는 잘 참고 몰입해서 봤어요. 인간으로서 몰입하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도재로서 그런 말들을 들었다면 백사언이 더 괘씸하고 복수심에 불탔을 것 같아요. 나는 내 형이 죽어서 복수를 하려고 붙어있는데, 점점 행복해진다? 그럼 화가 나죠(웃음)”
결론적으로는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받았지만 첫 지상파 데뷔작이라는 점과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조연 역할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적지 않았던 최우진이다.
“처음 오디션을 보기 전에 원작 웹소설을 다 읽고 갔어요. 발췌본만 가지고 가면 인물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니까 (인물을) 이해하고자 한 거였죠. 그때 박도재가 반전있는 인물이고 비중이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강렬해질 줄은 몰랐어요(웃음) 서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캐스팅되고 나서도 부담감과 책임감이 막중했어요. ‘경험이 많이 없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자기최면 하면서 이겨냈어요. 사실 예고 재학하면서 연기를 계속하긴 했거든요. 연기했던 시간을 믿고 가자는 생각으로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제 막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최우진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서 날아오르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는 캐나다 유학 시절, 연기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8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어를 잘 할 수 있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 유학을 가라고 해서 캐나다에 갔어요. 외진 동네에 빌라밖에 없었고, 학교 다녀와서 할 수 있는 건 영화, 드라마 보는 거였죠. 6개월 학교를 다니다가 네이트온 쪽지로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길래 자연스럽게 배우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돌아와서 예고 입시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뚜렷한 결과물 없이 지내왔는데 한 번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의심한 적 없이 묵묵히 믿어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해요”
이제 연기 생활의 첫발을 뗀 최우진은 ‘어떤 역할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어떤 이유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열정의 원천에 대해 묻자, 최우진은 “저 이런 역할도 했어요”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15학번 시절의 사진을 보여줬다. 우리가 아는 최우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배가 나온 한 아저씨(?) 한 명이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학교에서 계속 연기 공부를 했는데, 그때 공연도 되게 많이 했어요. 사실 그때는 지금의 비주얼이 아니고 살이 많이 쪘었어요. 1인 3역도 하고, 배 나온 40대 아저씨 캐릭터를 맡아 마음껏 망가졌었죠. 그런 게 저를 더 깰 수 있게 해줬고,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데뷔는 늦게 했지만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미지에 큰 타격만 없으면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웃음)”
‘지거전’과 작별을 고한 최우진은 새로운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근황을 전했다. 또 ‘지거전’을 사랑해준 시청자들과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팬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차기작은 ‘굿보이’로 인사를 드립니다. 최근에는 오디션도 여러 개 봤고, 지금도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드라마 하나로 많은 분께서 저한테 관심 가져주시고 ‘지거전’과 더불어 박도재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어요. 국내, 해외 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관심 가져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 다른 매력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