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 27. 스포츠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점수 차이다. 축구든, 야구든 이 정도 경기력 차이가 나면 애초 시합 자체가 불가능했던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역대 과학 부문 노벨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수상 횟수 차이가 이렇다. 물론 한·일은 노벨 과학상 횟수로 경기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의 수상 여부에 한국인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일본에 질 수 없다”는 국민 저변의 극일 의식에 “한국도 선진국이 됐다”는 자부심까지 버무려진 상황에서 일본에 압도적으로 뒤진 노벨 과학상 수상 횟수는 늘 받아들이기 어렵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 지난달 초에는 이런 국민적인 부러움과 위기감이 유독 더 확산했다. 일본이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에서 동시에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2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국내 공론장에서 거세게 타올랐던 뜨거운 관심과 감정은 지금 대부분 사그라졌다. 한 달 사이 정치·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사건이 워낙 많이 생긴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노벨 과학상 수상 실패에 대한 안타까움은 매년 이렇게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여기에는 응용기술로 경제를 키운 한국의 노벨 과학상 수상이 “애초 어려운 일 아니냐”라는 자조가 깔려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노벨 과학상을 받은 연구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근본적 도움을 준 것들이기 때문이다. 리튬이온배터리와 코로나19 백신이 대표적이다.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 정도의 세계 리더급 국가라면 응당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에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그럼 뭘 해야 할까.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공세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이다. 배 부총리는 LG AI연구원장을 지낸 국내 최고 인공지능(AI) 전문가다.
그는 이재명 정부 각료로 지명받은 뒤 언론 앞에 나선 지난 6월 “기초과학과 AI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AI는 기초과학 연구에 중요한 도움이 되고 있다. 장시간이 소요될 신약 개발 실험을 AI를 통한 정밀 계산으로 순식간에 끝내는 기술이 이미 나왔다.
문제는 로봇 같은 전자·기계 장비와 아무래도 더 친화적인 AI가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려면 명확한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내 기초과학계에서는 앞으로 R&D 예산이 AI에 편중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AI와 기초과학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마침 과기정통부는 이달 ‘새정부 기초연구 진흥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놓는다. 최근 엔비디아에서 공급받기로 한 26만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I 관점에서 기초과학에 연계시킬 방안을 포함해 기초과학과 AI의 화학적 결합을 실현할 그림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과학을 중요시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체적 정책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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