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생의 수업 거부가 장기화하면서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일방적인 무단 결석을 휴학으로 처리한 지난해와 같은 조치를 올해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대생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집단 휴학 강요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평범한 학생은 며칠 결석에 F”…'의대생 특혜' 지적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의대생의 수업 거부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서울대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최근 “학교가 의대 동맹 휴학을, 학칙까지 무시하며 허락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뒤이어 “평범한 학생은 결석 며칠만 해도 F학점”, “의대생들은 천룡인” 등 비판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종족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이다. 의대생의 무단 결석을 학칙대로 처리하지 않는 게 특혜라는 취지다.
최근 의대생 전용 기숙사에서 휴학생을 퇴소시킨 연세대의 조치에 대해 이 대학 4학년생은 “타 단과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기숙사 대부분 수용 인원에 비해 입소 희망 인원이 많아 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별히 의대생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학교 측을 옹호했다.

다수 의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업 거부 강요 행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근 “수업 복귀자는 동료로 간주하지 않으며 이들과는 학업 관련 모든 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고 밝힌 건국대 의대 본과 2·3학년의 입장문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학생들은 “사상, 행동을 통제하는 저급한 행동”(고려대 에브리타임)이라고 비판했다.
중앙대 4학년 김모씨는 “의대 건물은 다른 동 가기 위한 통로 복도 마저 타과생에게 개방하지 않고, 의대생들은 여러 학과 재학생이 어울리는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폐쇄적인 집단이 되면서 다른 학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듯 하다”고 말했다.
“불이익 받을 수밖에 없는 선택, 학생 스스로 책임 져야”

교수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는 올해만 300명이 넘는 교수를 더 뽑는데, 다른 학과에서는 힘든 대폭적인 증원”이라며 “이렇게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는데도 지금 상태에선 의학 교육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의료계 주장은 교육 행정 면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의대 건물 확장을 위해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 등을 이전했던 모 대학의 관계자는 “방을 옮기는 학과 쪽 교수님들이 지나치게 의대만 우대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며 “반대가 심해지자 결국 총장이 나서 겨우 중재했다”고 전했다.
일부 의대 교수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수도권 사립대의 의대 학장은 “학생 휴학 설문을 주도한 학생 대표에게 징계 등 강하게 경고를 했더니 자기들도 단체행동에 따르는 차원에서 한 것뿐이라는 변명을 하는데, 참 허탈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도권 소재 의대 학장은 “학생들에게 수업 복귀를 설득하자 ‘수업 들으며 묵을 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달 신청 기간에 ‘남은 방은 타과로 이관한다’는 공지를 수차례 했어도 신청을 하지 않은 건 학생 본인들”이라며 “학생도 본인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