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의사 양성 교육 시스템을 정상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2025-03-16

‘정부 중간관리자’, ‘부역자’.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 이사장에게 의료계 일각에서 쏟아내는 비판이다. 지난 7일 이 이사장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 복구를 발표하며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비난하는 쪽에선 의대생의 ‘3월 말 복귀’를 전제로 한 해당 발표가 사실상의 ‘협박’인데도 이 이사장이 동조했다고 주장한다.

이 이사장은 1985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2015년 인제대 의대 학장을 지냈다. 현재 같은 대학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그 역시 평생 한국 의료계에 몸담은 ‘의사’다. 동시에 그는 평생 후학을 길러낸 ‘교육자’이기도 하다. 두 가지 정체성은 정부의 ‘설익은’ 의료개혁을 두고 그가 후배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 이유가 됐다. “학생들은 아직 의사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늦지 않게 학업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지난 14~15일 이 이사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먼저 의대 증원 여파가 정부와의 갈등을 넘어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에 관해 물었다. 그는 “학생들의 복귀라는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났을 때 의사로서 누군가는 의료현장을 지켜야만 했다. 수많은 교수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답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개혁’이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끊어내고,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 ‘개악’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왜, 지금’ 반드시 의대생들이 복귀해야 하나.

“학생들이 깊은 고민 끝에 휴학했고,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의료계의 미래를 위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잘 알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지금 복귀하지 않으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의료시스템은 국민의 이해와 지지 없이 존속할 수 없다. 그런데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의사와 환자, 의사와 정부, 의사와 공동체 사이에 형성돼 온 신뢰와 존중이 훼손됐다. 사회와 학생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넘어 이제는 과거 수준으로 원상 복구가 가능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교육 현장만 봐도 학생 휴학이 내년까지 지속하면 의대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지금 되돌리지 않으면 교육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복귀해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있지 않나.

“3월 말이 지나면 학교로 돌아온다고 해도 2025년 1학기를 수료할 수 없다. 만약 2학기에 복귀를 하거나 내년에 복귀하면 2026년에는 1만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1학년 교육을 같이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의사가 되기 위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스스로 상실하는 것이다. 최소한 올해 1학기에는 복귀를 해야 2030년 정상적으로 졸업할 수 있다.”

-의대 정원 3058명 복구를 발표하면서 ‘3월 말까지 복귀’라는 전제를 붙였다. 같은 이유인가.

“전체 대학의 학사일정을 관리하는 의총협(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소속 40개 대학 총장님들의 뜻이었다. 학교마다 교칙이 조금씩 다르지만 4월 이후 복귀하게 되면 학사 일정상 필요 학업 일수를 채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3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복귀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이 시점을 넘기면 복귀를 하더라도 한 학기를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복귀하면 24, 25학번 모두 정상 교육이 가능하고, 이들이 졸업하는 시점도 겹치지 않게 조정할 수 있다.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오는 3월 말이다.”

-‘조건부’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본질은 ‘조건부’라는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2026학년도 정원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것마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 현실이다. 의총협이나 교육부 입장에선 3월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마지막 노력도 무산된다. 그래서 정원을 되돌리면서 교육 정상화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학교가 학생들을 돌아오게 할 방안으로 부각되는 것은 ‘미복귀 시 제적’, ‘기숙사 퇴사’와 같은 것들이다. 소통이나 설득이 아닌 협박이라는 반발도 있다.

“지난해에도 학생들 미복귀 문제가 있었지만 그들이 입장을 받아들이고 공감했다. 의대협회가 나서서 교육부에 학생들의 휴학을 받아들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는 2026년 정원을 2024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도 제시했다. 이를 1년 더 반복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의료계든 어디든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학생들이 받는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가 받을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3월 말 이후로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점을 학생, 학부모들에게도 여러 차례 설명했다. 의견을 피력하려면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서 해야 한다.”

-선배들이 복귀를 막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과대학에 있는 도제식 임상 수련 교육이라는 독특한 문화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선배가 후배를 교육하다 보니 선배 이야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도제학습은 전문가의 교육을 의미하는 수직적 관계뿐만 상호 협력 학습을 의미하는 수평적 관계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 관계를 수직적 상하 관계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동료라는 점이 더 강조되는 시대다. 쉽게 말해, 틀린 이야기에도 학생들이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사례는 단순히 선·후배 간 관계를 넘어선 경우도 있다.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 병원에 복귀해 수련 중인 전공의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경우다. 이는 일반 사회에서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귀를 해도 24, 25학번 약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장과 보직교수, 의학교육 전문가보다 이 문제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있나. 쉽다고 말하진 않겠다. 어렵지만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 의학교육 시스템상 입학을 하면 임상 실습이나 소규모 그룹 교육보다 대규모 강의실 수업이 많이 이뤄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교육을 하는 식이다. 학생들 복귀 시점에는 다소 혼란이 있겠지만 분반·합반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강의실 교육을 먼저 진행하고, 그 시간 동안 환경을 개선해 임상이나 그룹 교육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경우 교육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없나.

“24학번을 5년 반 교육 과정으로 먼저 졸업시키겠다고 하니 부실 교육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과거에는 의과대학 교육이 예과 2년, 본과 4년 과정으로 돼 있었다. 예과는 의사가 되기 위한 기초교육과 인성교육 등이 진행됐다. 본과 4년 교육이 의사양성 교육의 핵심이었다. 의사가 되기 위한 역량 중심 교육은 이 4년에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2024년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현행 의과대학은 통합 6년 과정으로 재편 중이다. 교육과정을 과거 본과 4년 교육을 중심으로 각 의과대학별 특성화된 교육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안에는 의학의 기본이 될 수 있는 기초 과학, 의사로서 사회를 이해하는 교육 등이 포함된다. 교육과정이 재편 중인 만큼 부실 교육을 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의사로서 필요한 핵심 교육을 빠지지 않게 하고, 나머지 필요한 부분도 계절학기, 온라인 수업 등을 활용해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커리큘럼은 완벽해도 물리적 환경이 불가능할 수 있지 않나.

“국립대학은 정부가, 사립대학은 각 대학이 책임지고 개선하고 있다. 일부 국립대학은 의대 건물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교육 필수 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사립대 중에도 건물 신축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정부는 국·사립을 가리지 않고 정원이 증원된 의과대학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게 총 552억 원이다. 다만 지금은 정원이 늘어난 학교만 지원 대상이다. 24, 25학번이 함께 공부하게 된 만큼 정부가 지원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의과대 학생이든 더 이상 교육환경을 문제로 제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복귀를 위해선 적어도 올해 늘어난 인원 만큼은 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매해 배출되는 의사를 3058명에서 왜 2000명 증원해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해 왔다. 그렇다면 과거에 증원된 인원 때문에 특정 해에 배출될 의사를 3058명보다 줄여야 하는 것은 합리적인지도 물어야 한다. 매해 배출되는 의사가 3058명 수준이라는 것이 사회와 합의된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또 의대 정원 축소는 수험생들에게도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애초에 전공의는 사직하더라도 의사지만, 의대생은 학사과정을 마치지 못하면 의사가 아니지 않나. 이들 입장이 같을 수가 있나.

“그래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든 기성 의사든 이들은 모두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이 미래의 의사를 준비하는 사람인 만큼 동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들은 의사가 아니다. 좀 더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요청하고 싶다. 의협이 의과대학까지 대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의과대학 학장이나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그들이 다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교육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꼬여 있다. 이 상황을 풀어내야 하는 것은 의협이 아니지 않나. 적어도 의협 회장은 학생들에게는 학교에 복귀하라고 말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학장을 비롯해 보직교수, 지도교수까지 모두 나서서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티핑 포인트’라는 말이 있다. 외부에서 볼 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정당하지 않은 정책과 타협하지 않는 열정은 좋다. 그러나 학교 문을 박차고 나갈 용기를 냈듯, 돌아올 수 있는 용기도 낼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에 정부가 무리한 의료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렸다. 이제 복귀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한 가지 추가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다. 교육부의 정원 복구 방침을 두고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에서 내는 몇몇 메시지가 학생들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다. 제발 그러지 말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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