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무주택 12년 버텼는데"…30대 가장의 청약 꿈 무너졌다

2025-10-20

대기업 직장인 이모(39)씨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청약 당첨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아이 4명에 무주택 기간도 12년인 이씨는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 점수가 사실상 만점인 95점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대출이 크게 줄면서,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씨는 “아이가 많아 최소 전용면적 84㎡는 필요한데, 분양가가 대부분 15억원이 넘는다”면서 “대출이 줄어 현금만 최소 10억원 넘게 있어야 한다. 그 돈이 있으면 이미 집을 샀지 청약을 기다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더 늦기 전에 규제가 없는 경기도 외곽 구축 아파트를 살 생각이다.

11억원 넘게 있어야 서울 ‘국평’ 청약 가능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담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씨 사례처럼 아파트 청약까지 수도권 규제 지역은 현금 부자가 아니면 노릴 수 없게 됐다.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551만1000원이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평균 15억4737만원에 해당한다. 현재 15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는 대출이 4억원까지밖에 안 나오는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최소 11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청약을 넣어볼 수 있다.

서울 핵심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이보다 더 높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은 전용면적 84㎡ 분양가(22억7850만원)와 전용면적 59㎡(24평) 분양가(17억4300만원) 모두 15억원이 넘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 광명시 ‘철산역 자이’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5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수도권 규제지역 청약시장이 현금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 소득 1억원, 주담대 최대 8600만원 감소

자금력이 부족한 2030세대도 내집 마련이 버거워졌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김모(35)씨는 그동안 모은 2억5000만원에 대출을 껴 수도권 7~8억원 대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10·15 대책으로 대출이 크게 줄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김씨는 “부부 합산으로 연 1억원 남짓 소득이 나오는데, 새 규제로 목표한 예산이 안 나올 것 같아 집 계약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 소득 1억원 가구가 규제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빌렸다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산금리 1.5%를 적용해 변동형 금리로 최대 5억8700만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새 규제로 가산금리가 3%로 올라가면서 대출 한도가 8600만원 감소했다.

규제 피한 재개발 빌라·경기도로 풍선효과

이 때문에 규제를 피한 재개발 빌라나, 수도권 비규제지역 아파트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조짐도 있다. 재개발 추진 중인 연립·다세대 주택이나 단독·다가구 주택은 성수동 재건축단지 등 일부 규제 지역을 제외하고 토허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로 서울 아파트를 노리던 지방 투자자나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이 재개발 빌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또 오피스텔·상가 등 비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도 여전히 70%가 유지돼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오피스텔, 잠실 시그니엘 등 초고가 오피스텔은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돼 6·27 규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도 받지 않는다. 실거주 의무 등도 없어 갭 투자(전세 끼고 매매)도 가능하다.

규제를 피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 지역은 집주인들이 벌써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리는 등 과열 분위기다. 동탄2신도시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27평 아파트 매물이 딱 하나 남았는데 이것도 최근에 호가를 5000만원 올려 15억원 이상이 아니면 매수가 어렵다”고 했다.

10·15 대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 회의에서 “무주택 실수요자 2030 젊은 층이 작은 평수라도 서울·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다리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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