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가스 증산 및 국제정세 안정화 등을 이유로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배럴당 80.15달러) 대비 약 7.9% 하락한 배럴당 73.79달러에 마감됐다.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83.53달러에서 74.70달러로 하락했다.
에너지 패권을 잡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이 유가 하락에 일정 부분 작동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국제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기름 한 방울 생산하지 못하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은 미국과 중동, 유럽 산유국 등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석유·가스 생산을 확대하겠지만, 자국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언제든 감산을 결정하는 등 자원을 무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도 증산 정책으로 유가를 끌어내렸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및 중동 정세 불안 등 영향으로 유가가 급등해 한국 경제에 ‘오일쇼크’ 경고등이 켜진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글로벌 경제·외교·안보 부문에서 미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분명해진 만큼, 관련 정책이 급선회할 수 있음에도 주목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자원 확보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원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가스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도 늘려가야 한다”며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따라 자원안보전담기관이 지정된 만큼, 에너지 공기업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신뢰도 논란을 해결하고, 에너지 정책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 프로젝트 역시 미국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언제든 좌초될 수 있으니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