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개발에 29억, 노인 안부에 5억…AI 갖다붙여 예산 따먹기

2025-11-26

이재명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1000억원을 편성한 인공지능(AI) 예산을 두고 “무늬만 AI인 예산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2026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를 통해 총 20건의 AI 예산이 문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국가보훈부의 ‘고령 독거 국가유공자 AI기반 안부확인 서비스’(5억5200만원),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등 AI 심리케어 서비스 개발 지원’(105억원) 등을 대표 문제 사례로 뽑았다. AI가 독거 고령자의 안부를 대신 확인하거나, AI로 심리케어 서비스를 만들어 고립에서 예방하겠다는 발상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실질적인 돌봄과는 거리가 멀고, 단순한 AI 감지 체계 구축보다는 상시 돌봄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직무역량 개발을 위해 AI 훈련을 제공하겠다며 150억원을 편성한 고용노동부의 ‘AI 특화 공동훈련센터 30개소 신설 사업’도 논란이 됐다. 고용부가 지난달 국민의힘에 “구체적인 운영계획은 수립해 추후 제출하겠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데도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AI 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해 숙성 증류주 제조를 고도화하겠다며 29억1300만원을 반영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K-위스키전략개발단’ 예산 역시 야당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예결위 관계자는 “AI인프라 구축에 더 신경써야 하는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각 부처에서 AI 예산 따먹기에만 골몰한 흔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사업은 기획재정부는 AI 사업으로 분류했지만, 정작 과기정통부에서는 AI 예산이 아닌 것으로 분류했다. 이처럼 기재부가 판단한 AI사업(10조1398억원)과 개별 부처가 판단한 사업(7조7551억원) 사이에는 2조원 넘는 차이가 있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처 사이 AI사업을 분류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관(官)이 주도하는 AI예산의 대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비타당성을 면제하고 10개 부처에 8920억원을 반영한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을 두고는 국가재정법 위반 주장이 제기됐다. “예타 면제 사업이라도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해 예산 편성에 반영해야 한다”(국가재정법 38조)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2026년도 예산안은 9월 3일 국회에 접수했지만,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는 9월 24일 적정성 조사에 착수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저희 당 분석으로는 법률 위반”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예결위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AI라는 이름만 붙으면 반대하는데, 없던 사업을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에 AI를 접목시켜 예산을 편성한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선 ‘창조’, 문재인 정부에선 ‘뉴딜’만 붙이면 예산을 받을 수 있었던 관례가 이재명 정부에선 ‘AI’로 재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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