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중독'이 만든 빚더미…'복지천국’ 핀란드, 강제로 허리띠 졸라맨다

2025-11-26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핀란드가 몇 년째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자 유럽연합(EU)이 재정지출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복지 지출과 국방비가 불어나자 EU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강제하고 나선 것이다. 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재정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재정 문제가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핀란드에 대한 ‘초과 재정적자 시정 절차(EDP)' 권고안을 이사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EU는 회원국들에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 정부 부채 6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재정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EDP는 해당 기준을 위반한 국가에 대해 개선을 강제하는 절차로 불이행 시 벌금 등 제재가 뒤따르게 된다. EU 이사회 심의를 거쳐 공식 편입되면 EU 회원국 중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오스트리아 등에 이어 열 번째로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핀란드가 제재 리스트에 오른 배경에는 고질적인 성장 둔화와 복지 부담 확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핀란드는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혁신을 주도했던 노키아의 몰락 이후 신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복지 지출 압박이 가중되는 처지다. 실제 지난해 핀란드의 고령인구(만 65세 이상) 비중은 23.4%로 이탈리아(24.3%), 포르투갈(24.1%), 불가리아(23.8%)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커진 안보 불안은 국방 비용 증액으로 이어져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핀란드 재정적자는 2023년 GDP 대비 2.9%에서 2025년 4.5%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GDP 대비 부채비율도 지난해 88.1%에서 2027년 92.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핀란드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 리카 푸라 핀란드 재무장관은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핀란드 경제 문제에서 근본 원인의 두 축은 성장 부진과 과도한 공공지출”이라며 “성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100억 유로(약 17조 원) 규모의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재정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네덜란드와 몰타의 내년 예산안이 EU 재정 규율을 준수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불안이 핀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9년 세계 부채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어 1948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도한 복지,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환경 등이 겹치면서 선진국 전반으로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심각한 재정난에도 긴축을 하지 못해 ‘재정 중독’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적자 축소를 둘러싼 예산 심의가 파행을 거듭하며 올해만 총리 두 명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연금 개혁이 2027년 대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MF는 프랑스의 정부 부채가 2030년 현재 대비 약 13%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내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5% 미만으로 억제해야 한다며 정부가 제출한 약 300억 유로(약 44조 원) 규모의 긴축예산을 추진 중이다.

영국 역시 재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들어 10월까지 누적 재정적자 규모는 1168억 파운드(약 226조 원)로 전년 대비 8.4%나 증가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정부는 여론의 저항에 밀려 당초 검토했던 소득세율 인상 방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가 26일 중장기 재정 계획을 담은 예산안을 발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유세나 은행세 등이 재정 확보 방안으로 나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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