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퇴직연금의 다음 과제는 수익률을 넘어 은퇴 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 즉 ‘실질적 소득 보장’으로 맞춰지고 있다. 자동가입(AE) 제도 도입 이후 가입률은 90%를 넘기며 제도 정착에 성공했지만 전문가들은 “가입률 시대가 끝난 지금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 직장 연금의 기본 기여율은 고용주·근로자 합산 8%에 불과하다. AE 제도 도입 등 2010년대 연금 개혁을 주도한 스티브 웹 전 연금부 장관은 25일 “이 수준의 납입률로는 은퇴 후 충분한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생활비 위기와 기업 부담으로 기여율을 올리지 못한 탓에 202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정부가 목표로 삼는 은퇴 이후 소득대체율(현역 소득의 약 3분의 2)에 도달하려면 기여율을 12%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은퇴 이후 ‘자산을 어떻게 쓰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015년 연금 자유화로 확정기여형(DC) 가입자는 적립금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오히려 개인이 장수 위험과 투자 위험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낳았다. 사실상 아무런 가이드가 없는 인출 단계에서 개인이 온전히 위험을 떠안게 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최근 제도 개편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정부는 연금 제도 법안에 ‘디폴트 수령 옵션’을 포함시켰다. 이는 은퇴자가 별도 선택을 하지 않아도 적절한 인출 전략을 제공받도록 하는 것으로 그동안 방치됐던 인출 단계 리스크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다. 동시에 수익률·비용·거버넌스를 종합 평가하는 ‘밸류포머니(value for money)’ 체계, 소규모 계좌 자동 통합, DC의 메가펀드화 등도 추진되며 장기 성과 중심의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영국 연금위원회가 재가동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위원회는 향후 2030년대 기여율 인상 로드맵과 함께 디지털 기반 금융 교육 강화, 표준화된 인출 전략 마련 등 장기 과제들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가입자가 투자 전문성이 부족하고 시장 변동성에 따라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며 “잘 설계된 사전지정운용제도와 가이드형 인출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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