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 논의에 국민연금까지…‘노후자금 수익성’ 논란 고조

2025-11-25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활용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다만 수익성 저하 우려와 함께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으로 구성된 ‘외환시장 4자 협의체’는 지난 24일 첫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 수요가 환율 상승에 미친 영향과 함께 해외투자·환헤지 비중 조정 등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협의체에 정식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환율이 연중 최고치인 1484원까지 오른 뒤에도 하락 폭이 제한적인 배경에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를 지목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면서 달러 수요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원화 약세가 확대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 축소, 외환스와프 확대, 환헤지 조정 등 국민연금 운용 방향이 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8월 기준 연간 운용수익률은 8.22%로 최근 3년 평균(6.98%)을 웃돌고 있는데, 해외투자 비중 축소나 환헤지 확대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환율 안정 역할이 강조되는 순간 수익률 상승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 파장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15.4%에서 올해 8월 14.8%로 낮아졌고, 연금은 2029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매년 0.5%포인트씩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의 과정에서 환율 안정을 위한 국내 자산 매수 확대 방안이 거론되면서 “환율 안정 명분의 증시 부양”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개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미국 금리, 제조업 둔화, 글로벌 달러 강세 등 구조적 요인이 환율 상승의 핵심인 만큼 연금 운용 방식 조정만으로 추세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오히려 “심리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실질 개입이 이뤄지면 연금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향후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금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일정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개입 강도가 지나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며 “외환시장 대응과 노후자금 수익률이라는 두 목표 중 무엇을 우선할지 정부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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