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 금액 이하 금융 분쟁에 대해 금융사가 당국의 조정 결과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편면적 구속력과 관련해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 보고서가 나왔다. 금액 기준 역시 2000만 원보다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골자로 한 2개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김현정·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상정하고 논의에 착수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감독원 산하의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조정안을 소비자가 동의하면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제도다. 현행 분조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쪽이 이를 거부하면 법적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금융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의 법안 검토 보고서는 편면적 구속력과 관련해 적용 대상인 소액 분쟁 사건의 기준금액을 2000만 원보다 낮추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두 개의 금소법 개정안은 모두 편면적 구속력이 적용되는 대상을 소액 분쟁 사건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금융소비자법상 소액 분쟁 사건은 2000만 원 이하다.
문제는 현재 금융업권의 분쟁의 67%가 2000만 원 이하라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금융 분쟁 2만 9600건 중 분쟁 금액이 1000만 원 이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인 비중은 각각 58.5%, 8.3%에 달했다. 2000만 원을 초과하는 비중은 14.8%에 그쳤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발생하는 분쟁의 3분의 2가량을 무조건 수용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당정은 추후 시행령을 통해 적용 금액 기준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전히 2000만 원 이하로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한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는 앞서 논문에서 2000만 원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1000만 원 이하로 설정되는 경우에도 발생 분쟁의 60%가 해당돼 금융권의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명호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2000만 원 기준 금액의 적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향 또는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업권 의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위법인 헌법과의 충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정 당사자 한쪽의 수용을 근거로 조정안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정문 의원안은 분쟁 사건에 대한 추가 소 제기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일방의 수락만으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하는 건 조정 제도 본질에 어긋나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먼저 도입한) 일본은 금융회사가 1개월 내 소송을 제기하면 편면적 구속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지적에 대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편면적 구속력을 적용할 소액 분쟁 조정 사건 범위를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절차상 하자 등 예외적인 경우 금융회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각 금융권 협회들도 국회에 신중론을 전달했다. 분쟁 조정 수용률이 올라갈 경우 일부 악성 민원인들에 의해 분쟁 조정 제도가 오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경우 금융회사들은 보험료·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성 보전에 나서면서 시장의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생명보험협회 측은 “다양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어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