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2인 체제’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가 기각됨에 따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직무 복귀했지만, 법원은 방통위원 2인의 의결은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7일 김유열 전 EBS 사장 측이 방통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신임 사장 임명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동호 사장 임명 동의 건을 의결했다.
그러자 임명 이튿날 김 전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임명 집행정지 신청과 임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EBS 보직 간부 54명 중 52명은 방통위 2인 체제 결정의 부당성에 항의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EBS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8월2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위원 2인 체제에서 안건을 심의·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며, 헌재에 탄핵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월23일 선고에서 인용·기각 4대 4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탄핵을 위해선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인용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의 탄핵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은 크게 갈렸다.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재판관 4명은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해 “방통위법을 위반한 것이고,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밝혔다.
반면 김형두,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다만 김형두 재판관은 별도 의견을 통해 “설령 이 위원장이 재적 위원 2인으로 의결한 것이 방통위법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고 적극적 의도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파면할 사유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이 탄핵의 위기에서 벗어나 직무에 복귀하긴 했지만, 2인 체제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 헌법재판관들이 많았던 셈이다.
직무에 복귀할 당시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는 세 가지 결정이 있지 않습니까. 각하냐 기각이냐 인용이냐.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2인 체제 결정이 적법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탄핵 인용에 필요한 6인에 이르지 못한 것이지 2인의 의결이 합법이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방통위 2인 체제는 다시 흔들리게 됐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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