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때 엄마의 물건들은 치우지 않았어요.
이번에 전부 치우려고 합니다.”
‘이번엔’ 남동생이 죽었다.
중년 여성의 의뢰였다.
‘한꺼번에’ 가족들의 유품 정리를 부탁한 것이다.
지난 5년간 쌓인 슬픔, 고통, 후회, 죄책감이 목소리에 잠겨있었다.
그 무거운 감정에 짓눌려 그녀의 존재는 아예 푹 가라앉은 것 같았다.
고인은 사후 3개월 만에 발견됐다고 했다.
현장은 여럿이 주거하는 빌라였다.
한 층에 두 집이 있는 구조.
시취가 다 퍼졌을 텐데 이웃들은 어떻게 그간 몰랐을까.

의뢰받은 3층까지 올라가면서 냄새는 점점 심해졌다.
지긋지긋하게 ‘익숙한’ 시취….
미리 받아둔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여는 순간,
계단 통로에서 맡았던 시취와는 차원이 다른 악취가 들숨에 코를 찔렀다.
“빨리 문닫아!”
같이 간 직원에게 서둘러 문을 닫게 했다.
우리는 악취 속에 감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