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금융, 롯데케미칼 여신 2조로 급증

2025-05-26

신한과 KB금융의 롯데케미칼 여신이 올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업종 전반이 중국발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 둔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석화 업체들이 은행권에 문을 두드리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의 3월 말 현재 롯데케미칼에 대한 총 여신 잔액은 1조 2610억 원에 달한다.

항목별로 보면 △원화대출 2900억 원 △외화 대출 617억 원 △증권 701억 원 △지급보증 8392억 원 등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연말만 해도 신한금융의 상위 20개 여신 기업에 들지 않았지만 올 들어 20위 안으로 진입했다. 신한은행은 올 1월과 3월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사모 기업어음 발행을 주관했고 통화·이자율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KB금융그룹의 롯데케미칼 여신도 눈에 띈다. 3월 말 현재 KB국민은행의 롯데케미칼 여신 잔액은 8600억 원에 이른다. KB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롯데케미칼이 상위 20위 여신처가 아니었다. 신한과 KB만 합쳐도 최소 2조 원 규모의 여신이 롯데케미칼에 나가 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3년 5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 7105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1908억 원의 분기 손실을 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석화 업종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롯데케미칼의 여신 규모가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롯데케미칼이 8분기 연속 손실을 내고 있는 만큼 금융권과의 거래가 자연스레 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실제로 국내 석화 산업은 수년간 부진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등 범용 상품을 대량생산해왔던 그동안의 성장 전략이 마진 하락으로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5월 첫째 주 기준 235달러로 손익분기점인 300달러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롯데케미칼만 해도 1분기 나프타 분해(NC) 공장 가동률이 74.3%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81%)보다 6.7%포인트나 낮다. 같은 기간 PP와 PE의 가동률 역시 각각 7.1%포인트, 9%포인트나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에도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 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올해도 공급과잉 심화와 수요 부진이 지속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유가 하락 등에 따라 손실 폭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주요사가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 절감과 고부가가치 상품 연구개발(R&D) 확대 등 개선 노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전면적인 사업 개편이나 정부 지원 없이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대선 주자들도 석화 산업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25 상반기 화학 산업 트렌드’ 보고서에서 “석유화학 산업은 구조적인 공급과잉과 무역 불안정성, 정책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테마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전히 나프타 기반 에틸렌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낮은 스프레드 환경 속에서 수익성 압박을 계속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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