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하모나이저

2025-12-03

“매일이 새로워야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다.”

조석 HD현대 부회장은 아침마다 GRC에스컬레이터 옆 벽면에 새겨진 고(故) 정주영(1915~2001) 회장의 글귀를 마음에 담는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면 미래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만 좇으면 미래에는 어쩔 수 없이 남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글을 항상 상기한다.

산업자원부 전 차관 출신인 조석 HD부회장이 ’하모나이저‘ 책을 냈다.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는 ’하모나이저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2019년 12월 HD현대일렉트릭 사장으로 취임했다. HD현대의 첫 외부 출신 사장으로, 1,567억 적자였던 HD현대일렉트릭을 2020년부터 흑자로 전환, 2024년 영업이익이 6,690억으로 변신시켰다. 그룹에서 제정한 ‘HD현대 경영인상’ 첫 수상자가 됐다. 2024년 11월 HD현대일렉트릭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2025년 10월 HD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으로 이동하여 그룹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하모나이저’.

이 단어를 검색하면 음악 용어로 “음향 신호의 음높이를 변화시켜 화음을 만들어 내는 장치 또는 기술”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기업경영은 역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비유된다. 지휘자 경영자 모두 끊임없이 조직의 ‘조화(하모니)를 통해 걸작을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하모나이저에서 리더는 조직원들이 보내는 신호를 오해 없이 받아들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정확한 답을 찾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조직원의 자발적인 신호가 없으면 작동할 수 없고, 모든 회사는 조직원 여러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다양한 조직 문화 개선 활동을 펼친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논리를 뛰어넘는 의미를 지닌다. 좋은 조직 문화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회사의 목적인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조직, 행복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회사는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는 그 이익 창출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품의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행복한 조직이라 하더라도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회사가 지속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단연 ‘품질’이 첫 번째 가치가 되어야 하고,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항상 미래를 바라보고 성장을 기대하며 설레는 동시에 실적의 압박에 시달린다. 조직은 구조적으로 실패가 드러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한 보고 체계를 넘어 구성원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문화와 리더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는 리더는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구성원은 “이 방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모나이저 조직 문화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은 때때로 정글을 가로지르는 탐험과 같다. 빠르게 이동하려면 짐을 덜어야 한다. 더 멀리 가려면 무거운 도구를 버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짊어진 채 떠난다. 그리고 길도 없는 숲속에서 무너지고 만다. 포기하지 못하면 선택은 방향을 잃고, 집중은 희석된다. 담대한 선택은 결국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미리 정해 놓고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연결을 설계하는 일이다. 마치 수분을 나누는 나무와 벌,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토양처럼 말이다. 어떤 조직은 나무처럼 뿌리를 깊게 내리며 성장을 주도하고, 어떤 조직은 풀처럼 외부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며 적응한다. 조화로운 조직은 이 다양성을 갈등으로 보지 않고 기능의 차이로 받아들인다.”

그는 MZ세대가 멘토가 되는 ‘역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갈등을 해결한 사례도 소개했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처럼. 우리가 ‘역 멘토링’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착안했던 점은 세대 간의 ‘다름’이 아니라 세대 간에 ‘서로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로를 알기 위한 시간도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역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는 한국수력발전원 사장 시절 일회성으로 기획해서 시행했던 현장 직원 간식 제공 프로그램을 보완해 지속 가능하고 체계적인 새로운 방안을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국내외 공장에서 한두 달에 한 번씩 CEO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빵과 커피를 나누는 이벤트 행사였다. 이를 ‘석다방’이라고 명명했는데, 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중략) ‘석다방’ 덕분에 직원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깊숙한 동료의식을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이미 공직 시절에도 많은 역사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지식경제부 자원정책심의관 겸 에너지정책기획관, 성장동력실장을 역임했고,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부) 원전사업기획단장으로 재직 시 19년간 묵은 과제였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해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최장기 미해결 국책 과제였던 방폐장 부지 선정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2006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으나 4개월 만에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 쌓아온 정책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다.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취임해 조직 문화와 이미지 혁신을 이끌었다. 2015년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 자리에 올라 원전 강국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한편, 국제적인 원전 안전 협력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였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16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Nuclear Industry Summit 2016)’에서 국제 핵안보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새로운 에너지 세계', '마음의 빗장을 열고'를 집필했으며, 공저로 '에너지에 대한 모든 생각'이 있다.

오창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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