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해부] 현지화 그룹 정체성 논란…"한국 팬 소외" 목소리도

2025-05-22

[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하이브, JYP 등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잇따라 선보인 '현지화 아이돌'이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등 각국에 맞춤형으로 기획된 이들 그룹은 오리콘, 빌보드 등 현지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K팝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정체성 논란'과 '한국 팬 소외'라는 불편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K팝은 한국에서 기획·제작되고, 한국어로 노래하며, 한국 문화를 녹여낸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현지화 그룹은 현지 기획, 현지 언어, 현지 멤버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K'의 의미가 흐리다.

하이브 아메리카의 걸그룹 캣츠아이, JYP의 걸그룹 니쥬, SM이 영국에서 데뷔시킨 디어 앨리스 등은 한국이 아닌 현지에서 멤버를 모집하고, 현지 언어로 노래하며, 해당 국가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K팝의 제작 시스템과 자본을 기반으로 하지만, 언어도 무대도 팬덤도 점점 더 한국을 벗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지화 그룹을 과연 'K팝'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정식 데뷔조차 하지 않고 한국 활동이 거의 없는 그룹들이 K팝으로 분류되는 게 맞냐는 것이다. 엔터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K팝이 아닌 '팝'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소외감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와 활동에 집중하면서 한국 팬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앤팀이나 니쥬처럼 현지 언어인 일본어로 주로 활동하고 현지 방송 출연이 중심이 되는 그룹들은 한국 팬들에게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 있다.

일부 팬들은 '외국인 팬들을 위한 홍보에는 공을 들이면서, 정작 자국 팬들에겐 기본적인 공지조차 소홀하다'며 기획사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기도 한다.

현지화 아이돌의 공식 SNS나 팬 플랫폼에는 한국어 안내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일부 팬들은 번역을 자처하고, 현지 음반 발매일에 맞춰 해외 구매처를 찾아 해외직구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 팬들은 자국 아이돌을 위해 해외 직구를 하고,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그룹 앤팀 팬이라는 20대 여성 채모 씨는 "한국에서 나온 그룹인데 일본어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도 콘텐츠를 이해하려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활동도 일본이 중심이다 보니 한국 팬은 늘 뒷전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

콘서트나 팬사인회등 오프라인 행사도 대부분 현지 중심으로 기획되다 보니, "가까이서 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아쉬움도 뒤따른다. 그는 "나중에 해외 시장 안착하고 나서 한국 데뷔하면 '이제 와서?'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엔터사들은 이 대목에서 'K팝 시스템의 글로벌 확장'이자 '성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상 하이브 CEO는 "음악을 다른 시장으로 수출해 성공하더라도 그 시장에서는 상한이 있다"며 "주요 시장에서는 로컬 플레이어라는 마인드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성장의 제약이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은 것은 한국 아이돌이 세계로 진출해 석권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을 외면할 수 없고, 이 현상은 필연적이다. 현지화 그룹이 토종 K팝 아이돌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으나, 오히려 K팝 인지도를 끌어올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moonddo00@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