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학회 “구글 인용 논문, 고정밀지도 반출 효과 과장”

2025-10-29

대한공간정보학회, 구글 지도 반출 효과 논문 검증 나서

지도 반출하면 1년 후 영국, 2년 후 미국 수준 사용률 추정 근거 미약해

18조4600억원의 누적 매출 경제 효과는 객관적 지표도 없어

구글, 18년동안 세차례 반출 요청…전문가 “연착륙 준비 기간 필요”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판단을 약 2주 정도 앞두고, 구글이 인용한 논문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공간정보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를 통해 제기됐다. 공간정보 분야 산학연은 일제히 고정밀지도 반출로 인한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했다. 18년 간 이어진 빅테크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장기적인 정책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도 반출 관련 연구들을 검토하기 위해 산학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공간정보 산업계는 일제히 고정밀지도 반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날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공간정보학회 총무이사)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고정밀지도 반출 허용을 주장한 논문에 대해 반박했다. 대상은 지난 2월 구글이 축척 1대5000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이후 공개된 연구들이다.

임 위원은 먼저 지난 3월 김득갑·박장호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가 '관광레저연구' 제36권 2호에 기고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해당 논문의 연구진은 고정밀지도 반출 시 33.9%에 머무른 방한 외국인의 구글 지도 사용률이 내년에는 영국 수준인 43%, 2027년에는 미국 수준인 57%까지 상승해 네이버 지도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고정밀지도를 반출로 외국 여행자가 1년이 지나면 영국 수준, 2년이 지나면 미국 수준으로 쓸 것이라고 단순 가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방한 관광객의 약 60% 이상은 일본, 중국 관광객이기 때문에 영미 관광객 증가 효과가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달 이호석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연구원과 곽정호 호서대 교수가 '한국정보통신설비학회' 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발표한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이 첨단산업의 경제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 논문 또한 효과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했을 경우 공간정보산업 분야에서 18조4600억원의 누적 매출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자료를 인용했지만, 자료 인용 대상이 잘못됐다고 봤다.

임 위원은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은 절반 이상이 측량 같은 전통 산업이지만 해외는 일반적으로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등 첨단산업 위주로 분류한다”면서 “(국내와 해외) 시장 타깃이 다른데 시장 증가율을 인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공간정보 산업계는 고정밀지도 반출 시 국내 공간정보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일제히 우려했다.

유중희 신한항업 사장(전 측량기술사 회장)은 “(고정밀지도 반출 시) 구글 미국 본사와 싱가포르 등에서 인공지능(AI) 학습, 3D 모델링 등을 하게 돼 있다”면서 “기술 종속과 함께 광고 상권 데이터, 자율주행, 물류 및 배달 플랫폼 기술, 클라우드, AI 산업을 내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근우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부회장은 “(고정밀지도 반출시) 구글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이 국내에 회수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글의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우리가 사야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장기적으로 산업계가 협력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종욱 공간정보학회장은 “약 5년 정도는 (고정밀지도 반출 판단에 대한) 유예 기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형 포털사도 국내 공간정보 기업과 한 목소리를 내고 상생 구조를 만드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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