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ASML 공동 R&D 센터 '무산' 위기

2025-04-20

삼성전자와 ASML이 공동 구축하기로 한 연구개발(R&D) 센터 계획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20일 반도체 업계와 화성시청 등에 따르면 ASML은 삼성전자와의 공동 R&D 센터를 화성시에 건설하기로 했으나 최근 이를 백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ASML은 R&D 센터를 짓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74블록 일대 부지를 매입했다. 지난해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6필지(약 1만9000㎡) 규모 부지 매입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부지를 팔았다. 이미 2필지를 매각했고, 추가 2필지도 처분을 추진 중이다. 남은 부지는 2필지로, ASML은 남은 공간도 삼성전자와 공동 R&D 센터를 세울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ASML은 2023년 12월 7억유로(약 1조원)를 함께 투자해 수도권에 극자외선(EUV)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ASML이 전 세계 유일하게 10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노광장비(EUV)를 만들기 때문에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에서 EUV를 활용하고, 메모리를 만들 때도 EUV를 사용한다.

당시 삼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한 경계현 사장은 네덜란드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 동탄에 공동 연구소를 지을 것”이라고 말해 화성시 R&D 센터 구축을 공식화했다.

프랭크 헤임스케르크 ASML 대외총괄부사장도 지난해 방한, 정명근 화성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ASML의 중요 고객사로, R&D 시설 건립은 양사 기술 동맹을 돈독히 하고 국내 및 화성시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SML이 부지를 매각하면서 공동 R&D 센터 설립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새로운 위치를 찾는다 해도 이미 상당 시간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센터 건설을 위해 샀던 땅까지 팔았기 때문에 양사 협력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 R&D 협력 자체가 무산됐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전자와 ASML의 공동 R&D 시설 구축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황이 침체된 점, 대내외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공동 연구소를 짓고 싶어도 부지가 없는 만큼 착공이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 사업장 내부에 R&D 센터를 건설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ASML 본사는 부지 매각 이유와 삼성과의 공동 R&D 설립 변동 여부에 대해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공동 연구소 취소는 사실이 아니며 양사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R&D센터 부지를 공식 발표한 적이 없으며 ASML의 부지 매각은 삼성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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