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서해 잠정조치수역 인공구조물 설치 확대
해양주권 침해 우려…우리 정부 상응 조치 필요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철제 인공구조물 설치를 확대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서해에서 각자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자 2001년 한·중 어업협정을 통해 EEZ 확정 때까지 PMZ를 설정해 이 지역에서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지하자원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칭다오 남동쪽 185㎞의 PMZ 안에 철골 구조물인 선란(深藍) 2기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이곳에 석유시추선 형태의 고정 구조물과 헬리콥터 이착륙 시설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이는 한·중 어업협정뿐만 아니라 유엔 해양법 협약(60조 3항)의 명백한 위반이다. 유엔 해양법은 시설물 주변을 항행하는 선박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인공섬·시설 또는 구조물 건설은 적절히 공시하고, 이 사실을 경고하기 위한 영구적 수단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 2월 해양조사선과 해경 경비함을 보내 점검하려 했지만 중국은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 해경 경비함이 2시간 동안 대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중국은 이 시설을 연어 양식을 위한 해상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며 12개 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설물 규모나 형태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이 구조물을 ‘서해공정(工程)’을 위한 ‘알박기’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중국이 구조물을 향후 EEZ 협상의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고, 시설물 주변에 안전지대를 설정할 경우 이 해역에 대한 실효적인 지배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7개 인공섬을 만들고, 동중국해에서도 인공섬에 공항을 건설하는 등 해양 주권 문제로 주변국과 충돌하고 있다. 한·중 양국의 미래를 위해 중국은 서해에서 갈등과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즉각 멈추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행동을 멈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PMZ 구역이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유사한 시설을 이 구역에 설치하는 등 비례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대응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어제 “중국은 그동안 알려진 이동식 구조물 외에 고정 구조물도 설치해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회 차원의 해결책을 여야 없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중국은 한·중 양국이 쌓아온 신뢰 관계를 훼손하면서 해양 분쟁의 씨앗을 심을 작정이냐”며 유감을 표했다. 영토와 해상 주권은 양보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