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 시집 ‘나비 도둑’…사랑에 대한 질감 담아

2025-08-06

 나비 한 마리/ 지하철로 숨어들었다/ 선반 위 짐들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마땅히 훔쳐 갈 만한 게 없었다/ (중략)/ “어머 불쌍해서 어떻해/ 나비가 길을 잃었나 보네”// 그때 한 아이가 소리 질렀다/ “나비 도둑이다!”// 그 순간, 나비는 훔쳐 갈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그 아이의 눈이었다. -‘나비 도둑’ 일부

 오봉옥 시인의 시집 ‘나비 도둑’(천년의시작·1만1,000원)이 시작시인선 539번으로 출간됐다. 시집 ‘나비 도둑’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랑’에 대한 질감이다. 그 질감은 토담을 만지듯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을 일으킨다.

 그가 맨발로 일구어내는 황토밭의 시적 풍경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인간은 모두 흙에서 났기 때문이고,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 오봉옥 시인은 돌아갈 곳을 잃은 영혼들에게 기꺼이 마음의 안식처를 내어준다.

 오봉옥 시인은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섯!’이 있고, 웹툰시집으로 ‘달리지 馬’를 냈다. 산문집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와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자’를 썼으며, 비평집으로 ‘시와 시조의 공과 색’과 ‘김수영을 읽는다’를 집필했다. 영랑시문학상과 한송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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