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리벤지’, ‘난장’도 이경규가 끼니 말끔해졌다

2024-10-17

이번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성공으로 넷플릭스에서 한국 예능의 글로벌화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를 공략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예능의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코미디 특화 콘텐츠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이른바 ‘모르모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권해봄PD의 ‘코미디 로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됐을 때도 반응은 극단이었다. ‘용기있는 도전’ ‘K-코미디의 세계화 시작’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일부 코미디언들의 연기에 대해 ‘더럽고 불편하다’ ‘형식이 어렵다’는 혹평도 있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코미디 리벤지’는 마치 이러한 평, 특히 혹평에 대한 제작진의 ‘복수혈전’ 같은 작품이다. 지난해 공개된 ‘코미디 로얄’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 이경규’의 멤버 이경규와 엄지윤, 이창호, 조훈이 다시 한번 코미디 경연을 열고, 탈락의 쓴맛을 삼킨 코미디언들이 다시 모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코미디 로얄’에서 지적됐던 형식에 대한 부분은 여럿 있었다. 일단 1라운드였던 콩트 코미디의 식상함, 2라운드 로스팅(roasting·상대에 대한 조롱 개그) 배틀을 건너 3라운드 캐릭터 코미디의 끝장 승부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이었다. 특히 상대를 무조건 웃겨야 하는 3라운드의 규칙은 개시 몇 시간이 지나자 말초적인 웃음으로 변질했다.

이 모든 부분은 이경규의 개입으로 몰라보게 세련되게 바뀌었다. 이경규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영화 ‘복수혈전’의 콘셉트로 ‘코미디 리벤지’를 기획해 이 두 가지 약점을 보완했다. ‘코미디 리벤지’는 1라운드 로스팅 개그 배틀인 ‘조롱잔치’, 2라운드 애드리브 연기를 보는 임프랍(Improv) 장르 대결, 3라운드 캐릭터 배틀로 꾸며졌다.

로스팅 배틀은 지난 시즌과 유사하다. 하지만 콩트를 개그맨들이 직접 짜와야 했던 애드리브 대결은 제작진이 섬세하게 짜놓은 6개의 상황으로 6팀이 들어가는 상황극으로 바뀌었다. 최홍일, 김병기, 프리지아, 고말숙 등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 상황을 만들고 출연자들이 순발력을 겨뤘다.

캐릭터 배틀은 상대를 웃기는 게 아닌 100명의 청중 평가단이 2분 안에 각자 10번씩 총 1000번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팀당 4명씩 총 24명의 출연자들은 한결 다져진 틀 위에서 자신의 개그에 대한 끼를 겨룰 수 있었다.

권PD는 이를 이경규의 공으로 돌렸다. 이경규는 자신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전 시즌 ‘코미디 로얄’ 우승의 특전을 다시 한번 후배들을 위한 경연으로 기획했다. 거기에 자신이 마스터로서 중심을 잡고, 미진했던 첫 시즌의 경연을 손보면서 세련되게 재창조했다.

그 과정에서 후배들의 개그를 평가하거나, 자신이 직접 조롱의 대상이 될 때는 활동 40년이 훌쩍 넘은 ‘원로 개그맨’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을 정도로 트렌드에 열린 모습을 보여준다. 중심이 없던 ‘난장’ 같았던 개그 서바이벌은 이경규의 개입으로 매끄럽게 변모했다.

물론 ‘코미디 리벤지’가 ‘흑백요리사’처럼 당장 세계적인 호응을 얻기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시즌을 통해, 프로그램은 체계를 얻었다. 이것이 어찌 보면 ‘대부’ 이경규의 대단한 점이며, 그가 코미디의 ‘레전드’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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