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이에게 아이스크림 '메롱바'를 사준 뒤 제품 성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타르계 식용 색소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요즘 유행이다'며 사달라길래 별 생각 없이 사줬는데, 이젠 사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팔리는 중국산 아이스크림 '메롱바'의 유해성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만간 이 제품에 들어간 타르계 색소를 포함한 식용 색소 전반에 대한 기준 재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식약처는 내년 1월부터 식용 색소류에 대한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재평가'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5년마다 이뤄지는 해당 평가는 2019년 조사가 마지막이었다.
식약처는 식용 색소류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각 색소의 사용 적정성을 판단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간식류가 인기를 끌며 색소 유해성 논란이 벌어진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식품첨가물로 허용된 타르 색소는 9종 16품목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식생활법에 따라 과자·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타르 색소는 적색 2호와 적색 102호 두 가지다.

최근 불거진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는 '메롱바'가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이 제품은 두 달여 만에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녹으면 젤리처럼 말랑해지는 독특한 식감과 혓바닥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유튜브와 SNS에서 후기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되며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한 편의점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은 "요새 한 번쯤은 다 먹어본 간식"이라고 입 모았다. 편의점 점주는 "물량이 입고되면 금방 빠져나간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청색 1호, 황색 4호, 적색 40호와 같은 타르계 색소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학부모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한 지역 맘 카페에는 "유행 중이라 먹어본 아이들이 많은데 걱정된다", "재고 조회하면서까지 일부러 사 왔는데 배신감을 느낀다"와 같은 글이 이어졌다.
최근 어린이·청소년을 겨냥한 무인 과자 판매점이 급증하면서 외국산 간식이 빠르게 퍼지는 분위기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40대 학부모 A씨는 "무인 가게에 가면 아이들이 중국산 제품만 집어 든다"고 말했다. 타르계 색소는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사용을 피하는 성분이다.
해외에선 타르 색소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6년까지 청색 1호 등 타르 색소 6종을 식품에서 단계적으로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타르계 색소인 황색 4호는 유럽연합(EU)에서 천식 유발 물질로 간주되며, 청색 1호는 어린이의 활동 과다를 유발할 수 있어 섭취 제한이 권고되고 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타르 색소와 같은 식품 첨가물은 '소소익선', 즉 가능한 한 적게 먹을수록 좋다"라며 "미국이 규제에 나선 만큼 한국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는 "현행 기준에서 논란이 된 색소들은 인체 위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2019년 검사 당시 색소 함량이 일일섭취허용량(ADI)의 0.0052%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오수연 차의과학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타르 색소는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나 DNA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품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고 색소 때문에 색상이 지나치게 화려한 제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이스크림에 쓰이는 천연 색소나 인공 색소 모두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며 "특히 설탕 등 당류와 함께 섭취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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