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고 ‘이것’ 매일 먹었는데”…오히려 ‘毒’이었네?

2025-11-23

식탁 위의 보이지 않는 위험…“‘살충제 잔류’ 채소·과일, 체내 농도에 직접 영향”

살충제가 많이 묻은 채소·과일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서 실제로 체내 살충제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강을 위해 매일 섭취하는 채소와 과일이 오히려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노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환경워킹그룹(EWG)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국제 위생 환경 보건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특정 농산물 섭취와 체내 살충제 수치 간 연관성을 통계적으로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 잔류량 조사가 아닌 실제 사람들의 식단과 소변 혈중 데이터를 연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어떻게 조사했나…식단–농산물 잔류–소변 분석 연동

연구진은 미국 농무부(USDA)가 2013~2018년간 수집한 농산물 잔류 살충제 데이터와 CDC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참여자 1,837명의 식단 설문 및 소변 검사 결과를 결합했다.

개인별 섭취 품목별 위험도를 반영한 ‘식단 살충제 노출 점수’를 개발해 소변 내 △유기인계 △피레스로이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15가지 생체지표 수치와 비교했다.

그 결과 살충제 잔류량이 높은 농산물을 많이 먹을수록 소변 속 농도 역시 뚜렷하게 상승했다.

◆어떤 농산물이 문제였나

잔류량 높은 품목은 시금치, 딸기, 케일, 포도, 복숭아, 체리, 사과, 블랙베리, 블루베리, 감자 등이었다.

낮은 품목은 파인애플, 옥수수, 아보카도, 파파야, 수박, 바나나, 망고,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냉동 완두콩 등이었다.

환경보건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식단을 통해 유입된 살충제가 실제 체내 농도로 이어진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보여줬다”며 “식품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량이라도 장기간 노출 시 만성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며 “잔류량이 높은 품목 섭취 시 철저한 세척과 조리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과일·채소를 덜 먹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식단+소변 데이터 연계는 신뢰도를 높인다”며 “향후 규제·기준 마련 근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농업 현장의 살충제 사용 방식이 결국 인간의 체내 노출로 확인됐다. 법적 기준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총노출량·중복노출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영·유아, 임신부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흐르는 물 세척, 솔 이용 등은 효과가 있지만, 모든 성분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소비자 알권리 차원, ‘농약 정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향후 바이오모니터링 기반 노출평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알 권리를 강화하고, 농약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지침은 △흐르는 물에서 충분히 문질러 씻기 △잎채소는 한 잎씩 분리 세척 △딱딱한 껍질은 솔 사용 △가능하면 껍질 제거 △위험 품목은 유기농 선택 고려 △제철·지역산 중심 식단 구성 등이다.

정책 과제도 남았다.

잔류 농약 ‘단일 기준’에서 총노출량·다품목 누적 기준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농약 사용 데이터를 의무 공개하고, 고위험 품목 집중 모니터링하며, 영유아·임산부 보호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살충제 잔류 농산물 섭취 → 인체 생체지표 상승’이라는 연결고리를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건강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위험 노출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개인과 정부, 산업 모두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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