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무시무시한 화학전... “여왕개미 끌어내리는 쿠데타 '조종' 하기도”

2025-11-23

자신의 군집이 없는 암컷 개미가 숙주개미 군집을 점령하기 위해 일개미들을 혼란에 빠뜨려 자신을 낳은 여왕개미를 죽이게 만들고 그 자리를 꿰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NPR·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 일본 케이조 다카스카 일본 규슈대 교수팀은 기생 개미의 여왕개미가 숙주 개미 군단을 빼앗는 과정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개미 군집에서 여왕개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군집의 모든 개미를 낳고, 일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지키기 위해 돌본다. 그리고 군집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 커지면 번식할 수 있는 암컷을 낳고, 이 암컷 개미가 새로운 군집을 만들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관찰 대상은 '기생 개미'인 테라니시냄새개미(Lasius orientalis)와 황색털개미(Lasius umbratus)로, 이 개미의 암컷을 '숙주 개미'인 황개미(Lasius flavus)와 일본풀개미(Lasius japonicus) 군집에 각각 풀어놨다.

개미는 주로 화학적 신호를 사용해 서로를 구분한다. 그대로 군집에 투입되면 적으로 인식돼 공격받게 된다. 이에 연구팀은 기생 개미 암컷을 숙주 일개미, 고치와 함께 넣고 냄새를 위장할 수 있도록 했다.

냄새를 감춘 두 기생 암컷은 각각의 표적이 된 숙주 군집에 자연스럽게 침투했다. 침입자를 인식하지 못한 일개미들은 평소처럼 행동했고, 일부는 기생 암컷에게 입으로 먹이를 주기까지 했다.

기생 암컷은 목표물(숙주 군집의 여왕개미)을 발견하자, 가까이 다가가 꼬리를 치켜들고 액체를 뿌렸다. 그러자 즉시 숙주 일개미들이 자신의 여왕개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카스카 교수는 개미가 뿌린 액체가 '개미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부 개미들이 방어 수단이나 위험 신호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이다.

기생 암컷은 이후로도 여러 차례 액체를 뿌렸고, 결국 자신이 낳은 일개미들에 의해 숙주 여왕개미는 4일 만에 죽었다.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일개미 군단을 얻은 기생 개미는 숙주 일개미들의 도움 아래에서 자신이 낳은 개미를 데려오고 수백 개의 알을 낳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기생 개미가 낳은 개미들이 수천 마리까지 늘어나게 되고, 숙주 군집의 일개미는 점점 줄어들어 남지 않게 된다.

연구팀은 “새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어미를 죽이도록 하는 기생 개미를 처음으로 문서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제시카 퍼셀 곤충학과 교수는 “기존까지 의심만 됐을 뿐 확인한 적 없는 흥미로운 사실을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한 연구”라면서 “화학 물질을 사용해 일개미들에게 그런 행동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고 평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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