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 클라크슨대학교 연구진이 사용 완료된 활성탄에 흡착된 과불화화합물(PFAS)을 별도의 화학약품이나 고온 공정 없이 파괴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시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볼 밀(ball mill) 장비만으로 PFAS를 분해하는 것으로, 오래된 난제였던 ‘PFAS로 포화된 활성탄 처리 문제’에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PFAS(퍼·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는 논스틱 코팅 팬, 소방 폼, 방수 의류 등 각종 생활·산업 제품에 널리 쓰이는 인공 화학물질이다. 자연 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사람·동물·물환경에 축적돼 이른바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규제와 처리 기술 개발이 동시에 쏟아지는 대표 오염물질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실렸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과립 활성탄(granular activated carbon)에 흡착된 PFAS 시료를 스테인리스 스틸 볼 밀에서 분쇄한 결과, PFAS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양 양(Yang Yang) 클라크슨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부교수는 “과립 활성탄은 물에서 PFAS를 제거하는 데 널리 쓰이는 재료지만, 문제는 그 이후”라며 “PFAS를 흡착해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활성탄을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지 그동안 뚜렷한 해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제안한 공정은 실온에서, 추가 화학물질이나 용매 없이, 깨끗하고 간단하게 PFAS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대학원생 진위안 주(Jinyuan Zhu), 샤오톈 쉬(Xiaotian Xu), 난양 양(Nanyang Yang) 등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볼 밀링 과정에서 스틸 볼이 충돌하며 트라이보전자(triboelectrons)가 생성되고, 이 전자들이 탄소와 반응하면서 PFAS 분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제조한 활성탄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사용된 활성탄 시료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리를 적용했다. 그 결과 다양한 유형의 PFAS에서 모두 분해 효과가 확인됐으며, 처리 이후 샘플을 매립지와 유사한 조건에서 시험했을 때 PFAS의 추가 용출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는 처리된 활성탄을 일반 폐기물처럼 안전하게 매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PFAS 처리 후 2차 오염을 우려하던 기존 현장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PFAS는 물에서 제거하는 단계만큼이나 제거 후 농축·잔류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기술·정책 양쪽에서 숙제로 남아왔다. 이번 연구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활성탄 공정의 후처리 단계를 겨냥해 비교적 단순한 물리적 방법으로 PFAS를 분해하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수도·하수처리장·산업용 수처리 시설 등 다양한 현장에서 적용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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