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잇단 중대재해로 홍역을 치렀던 한화오션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게 될 경우 추진해오던 사업은 물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건조 중이던 해양플랜트 선박 구조물이 무너지며 브라질 국적의 30대 선주사 감독관이 바다에 추락해 숨졌다.
해당 감독관은 조만간 인도될 15만톤(t)급 해양플랜트 선박의 선주사인 브라질 석유 기업 페트로브라스 측 감독관으로, 하중 테스트를 하던 중 선박 구조물이 휘면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한 구조물이 휘며 약 10m 아래 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즉각 거제사업장 가동을 중단했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중대재해로 3명이 사망하며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비중은 70%로, 사고도 모두 이들에게서 발생했다.
같은 해 한화오션의 산업재해 관련 지표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근로손실재해건수(LTI)는 2023년 26건에서 2024년 32건으로 6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임직원 근로손실재해율(LTIR)도 0.19에서 0.29로 상승했다. 산업재해율도 3.06%에서 3.34%로 올랐다.
한화오션 협력회사 지표는 더욱 좋지 않았다. 협력회사 업무 관련 사망자 수는 3명이며 업무 관련 부상자 수는 130명에 달했다. LTI는 41건에서 70건으로, 산업재해율은 2.14%에서 3.45%로 각각 악화됐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의 안전관리 지표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한화오션만 지표가 역행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해 9월 안전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전사적 쇄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2026년까지 총 안전예산으로 1조976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아직 현장 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이후 결과가 나오는대로 후속 조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선주사 소속 외국인 근로자라도 책임 주체를 둘러싼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감독관이 한화오션 소속이 아닌 선주사 측 인사라는 점에서 법상 '종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종사자로 인정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한화오션 대표가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에 대한 엄벌 기조를 보이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될 경우 법적 책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경우 한화오션이 추진 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페트로브라스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발주를 노리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 니테로이에 현지 조선 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선주사 감독관이 사망한 만큼, 선주사와의 관계나 보상 협의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페트로브라스 측은 이번 사고로 즉각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석유노동자연맹(FUP)도 "페트로브라스와 조사위원회가 채택한 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기한이나 생산 목표보다 항상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임을 요구할 것"이라며 입장을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이재명 정부의 중대재해 강경 기조와 맞물려 한화오션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 보건 조치 의무 위반이 확인될 경우 마스가 프로젝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머나 먼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고인의 유족에게 비통한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며 "한화오션은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브라질 정부와 브라질 선주 측에도 가슴 깊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