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이상헌 지음
생각의힘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했지만 현실은 일자리, 특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권리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노동경제학자로 현직 국제노동기구(ILO) 노동정책국(Employment Policy Department) 국장인 지은이는 이 문제를 가치 차원에서 접근한다. 일자리에는 임금을 비롯한 시장적 가치와 기여와 보람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가 공존한다.
문제는 노동시장이 시장적 가치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나쁜 일자리는 넘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문제 접근방식을 노동이나 고용 등 경제와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일의 가치’와 ‘일하는 삶’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롭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제는 ‘축복’인지 ‘실수’인지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논쟁 중이다. 지은이는 관련 연구를 종합해 ‘최저임금은 일자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저임금층의 삶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제도운용에는 유의할 점이 많아 ‘조심스러운 축복’이라고 표현한다.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도 예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변화의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른 디지털화 등 기술변화가 상당수 일자리와 노동의 ‘종언’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와 예측에 대해 지은이는 “과거 사례를 보면 일자리 총량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밝힌다. 예로 1980~90년대 엘리베이터 안내원과 타자수가 없어진 대신 휴대폰 판매원과 성형 컨설턴트가 새로 생기는 등 노동시장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변화가 “중간이 없어지고 고임금과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는 분열과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다가오고 있는 미래’인 이주노동과 관련해선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춘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서 온 사람’을 ‘떠밀려온 불청객’으로 혼동하면서 차별이 싹틀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