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다음은 AI…카카오 선택과 집중 제2 도약 나선다

2025-03-28

위기의 카카오, 미래 전략은

카카오는 지난 수년간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었다. 문어발을 연상시키는 왕성한 사업 확장으로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먹통 사태, 2023년 포털 ‘다음’의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조작 논란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엔 김범수 창업자가 연루된 사법 리스크도 절정에 달했다. 잇단 위기에도 지난해 매출 7조8000억원대에 진입한 카카오는 올해 창업자가 건강상 이유로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또 한 번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사업이 그 열쇠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김범수 창업자가 CA협의체 공동의장직을 사임하고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CA협의체는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로, 김 창업자는 지난해부터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공동의장을 맡아 책임경영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선 여전히 위기 상황인 카카오가 굵직한 경영 전략을 짜는 창업자 부재로 다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7조8717억원으로 외형 성장은 달성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20년 10.97%에서 2022년 8.17%, 지난해 5.85%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다. 주력 계열사 부진도 뼈아프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영업이익 19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6% 감소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매출이 역성장했다. 그간 IT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의 왕성한 인수·합병(M&A)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물론, 그룹 전반의 경영 리스크를 수반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내놨다.

과거 문어발식 확장, 매크로 조작 논란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그룹 내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기존 사업 분야의 서비스 다변화와 품질 향상 등 수익성 강화 요인도 저해시켰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경영진도 이 같은 비판을 인식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CA협의체 주도 아래 비(非)주력 사업 부문을 정리하거나 통합하면서 지난해 5월 147개였던 계열사 숫자를 지난달 116개까지 줄였다. 카카오는 올해 남은 기간 계열사 정리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인 콘텐츠CIC의 분사를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을 인수하면서 우회상장으로 투자금을 모아 급격히 사세를 불렸다. 하지만 다음은 네이버 등에 밀려 포털 시장점유율 2%대에 그칠 만큼 사업에 고전을 면치 못한 데다, 매크로 조작 논란 등까지 불거지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카카오는 13일 사내 타운홀미팅(비공식 공개행사)에서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전환해 독립성을 확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급변하는 IT 시장 환경에서 포털 사업의 독립성을 확보해 혁신에 나선다는 취지다. 관건은 내부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다. 카카오 노조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분사는 사실상 직원 권고사직과 매각을 염두에 둔 계획”이라며 사측을 규탄했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VX는 골프 예약 플랫폼과 골프장 위탁 운영 등의 골프 관련 사업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부문은 유럽에 이어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카카오는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여력을 미래 먹거리인 AI 사업 강화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김범수 창업자 부재로 리더로서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 정신아 대표는 18일 그룹 임원진이 모인 워크숍에서 “15년 전 카카오는 모바일 혁명기 초입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15년 동안 AI를 통해 다시 한 번 삶의 풍경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AI의 대중화를 위한 그룹의 몇 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주가 반의반 토막, 내부 반발 진화 과제

그중 하나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자체 개발 중인 AI 비서 서비스 ‘카나나’ 등을 통한 오케스트레이션(IT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술) 정책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기존에 나왔던 AI 비서가 개별 질문과 응답에 집중했다면, 카나나는 대화 내용을 실시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반응해 대화의 맥락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유료 구독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강화될뿐더러,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수익을 더 확보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다. 또한 카나나는 다양한 AI 모델 조합으로 비용 절감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화제를 모은 미국 AI 기업 오픈AI와의 협업 강화도 예정됐다. 카카오는 지난달 정 대표가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한국에서 만나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고 발표했다. 향후 AI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과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본격 진출을 노린 오픈AI, 그리고 오픈AI의 기술을 벤치마킹하려는 카카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올트먼은 이 자리에서 “카카오는 기술이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면서 “오픈AI는 카카오의 수많은 사용자에게 첨단 AI 기술을 제공하고 이를 카카오의 서비스에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창업자 부재에 대한 일각의 우려 속에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임 사내이사로 합류, 정신아 대표를 보좌하면서 AI 사업 강화 동력 확보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힘쓸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카카오 경영진에 고강도 쇄신 지속을 주문하고 있다. 2021년 한때 16만원대에 달했던 카카오 주가는 잇단 악재로 고점에서 멀어져 이달 현재 4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AI 전략이 성공적으로 전개되면 사용자 체류 시간이 늘면서 광고 및 커머스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양한 사업 부문 간 시너지 효과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