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업체 A사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총 4000기의 충전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A사가 충전기 운영을 하며 전기요금을 내지 않자, 한국전력이 계량기를 철거해 갔다. 결국 충전기 2796기는 1년 넘게 ‘충전 불가’ 상태로 방치됐다. 그럼에도 A사는 전기요금 납부, 충전기 매각, 사업 양도 등의 정상화 노력을 하지 않았다.
#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177억원을 받은 B사는 보조금 중 73억6000만원을 용도와 다른 곳에 사용했다. B사 대표는 사업장 안에 자신이 지배하는 자회사를 세운 뒤, 원래는 제조사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충전기를 그 자회사를 거쳐서 부풀린 가격으로 사들였다. 이로 인해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사업자의 각종 위법·부적정 행위가 정부 합동 조사에서 적발됐다.
17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가 발표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20~2023년 사이 집행된 지원사업 보조금은 6646억원이다. 이 기간 사업 수행기관(사업자)이 벌인 주요 위법·부적정 행위는 충전시설 관리 부적정(약 2만4000기), 사업비 집행 부적정(97억7000만원), 보조금 관련 부가가치세 과소신고(121억원) 등이었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공용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비용 일부를 설치 신청자(아파트·상가)와 사업 수행기관(충전기 설치업체)에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은 충전 방식·용량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급속 충전기는 1기당 최대 7500만원, 완속 충전기는 1기당 최대 350만원을 지급한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관련 예산은 2021년 923억원에서 올해 6178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관련 사업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던 터였다. 점검 결과, 충전기 사용자들이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의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무공해차 통합 홈페이지에는 전국 모든 충전기(약 43만여기)의 위치와 충전 가능 여부 등 실시간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충전기 2만1283기에 대한 상태 정보가 표시되지 않았다.
적발 사례 중에는 충전기 설치 계획을 무단으로 바꿔 보조금을 받아 챙긴 경우도 있었다. C사는 2022년 76개소에 충전기를 설치한다며 사업 승인을 받은 뒤 임의로 설치장소와 충전기 수량을 변경했다. C사가 추가·삭제한 충전 시설에는 별도 점검 절차 없이 보조금이 지급됐다.
정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사업비 집행 부적정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을 환수하는 한편 보조금 횡령 등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조금 집행 잔액 반납, 미작동 충전기 점검 등 후속 조치와 함께 사업수행기관 선정 절차 변경 등 제도 개선도 이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