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예방추진단, 전기차 충전시설 지원사업 점검
충전기 2.4만기 관리 부실 확인…관리체계 강화
장기간 미사용 상태 확인 충전기 일제 점검 실시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 합동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점검 결과, 그간 부당하게 집행된 보조금 97억7000만원을 환수했다.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지원사업 참여 업체 한 곳과 업체 대표는 수사를 받게 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은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간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추진한 지원사업을 대상으로, 추진단이 환경부와 함께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실시했다.

정부는 전기차 확산을 위한 충전시설 설치 비용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1기당 보조금은 급속 충전기 최대 7500만원, 완속 충전기 350만원 수준이다.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관련 예산 규모는 2021년 923억원에서 2025년 6187억원으로 매년 급격하게 증가했는데도 그간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가 없어 이번 점검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보조금 횡령 A사 수사의뢰…B사 전기요금 미납으로 한전이 계량기 철거
점검 결과 추진단은 환경공단이 충전시설 정기 점검을 하고도 보조금을 환수하지 않은 사례를 적발했다. 보조금을 받아 충전시설을 마련한 기업은 5년간 충전시설을 의무 운영하고, 철거할 경우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자동차환경협회는 인력과 예산 부족을 사유로 정기 점검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에 참여한 A기업은 177억원을 선급금 명목으로 받고 73억60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매입하던 충전기를 동일 사업장 내 설립한 자회사(지분 100%)를 통해 고가에 매입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정부는 A기업과 대표자를 형법 356조, 보조금법 41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충전시설 철거 및 집행잔액 등에 따른 보조금 97억7000만원은 환수한다. 정부는 충전기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충전시설 현장 점검 전담 조직을 구성해 정기점검이 빠지지 않고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기 관리되는 무공해차 전환 브랜드사업 진행상황은 전산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선급금 분할지급 제도를 도입하고 지급 기준은 강화한다.
그간 부적절하게 관리된 충전기는 2만4000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간 잘못 집행된 보조금 97억7000만원을 환수했다. 부가가치세 121억원을 과소신고한 44개 기업은 제대로 납부하도록 안내한다. 지원사업 선정 절차는 개선하고 객관화된 평가 방식을 확대한다.
환경공단은 전국 약 43만기의 충전기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도록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운영하는데, 이 중 2만1283기의 정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사업 참여업체 중 하나인 B기업은 전국에 설치한 충전기 4000기 가운데 2796기를 1년 넘게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전기요금을 미납해 한국전력공사에서 계량기를 압수하기도 했다.
정부는 충전시설 지원사업 참여기관이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3일 이상 충전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비전송 비율을 산정, 차기 사업자 선정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상태정보 미확인 충전기가 발생한다면 환경공단 및 자동차환경협회 담당자에게 즉시 통보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환경공단은 B사에 미납 전기요금 납부, 충전기 매각 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장기간 미사용 상태로 확인되는 충전기는 일제 점검을 실시한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불편민원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48시간 내 처리하도록 하고, 기한 내 미조치 비율이 높은 충전시설 업체는 차기 평가에서 감점한다.
◆ 부가가치세 121억 과소신고 확인…지원 기업 선정 기준 강화
2020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완속충전기 설치 사업에 참여한 44개 기업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121억원을 과소신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지원사업 참여 기업은 충전기 소유자가 아닌 환경공단에 세금계산서를 잘못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계산서는 지원 기업이 충전기 소유자인 아파트, 상가 등에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보조금은 설치 기업이 아파트 등에 제공한 설치 용역에 대한 대가를 보조하는 것으로, 용역 공급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까지 보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잘못 신고한 부가가치세는 수정 납부를 안내한다.
사업수행기관 선정 절차도 손본다. 환경공단과 자동차환경협회는 매년 충전시설 설치 사업수행기관을 공모, 평가위원회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정량평가 확대 등 평가 방식은 객관화하고 불편민원 방치 등 감점규정은 의무 반영한다.
추진단은 사업자 선정 기준 가운데 신생 중소기업 경영상태평가 항목에 무조건 만점을 부여하는 현행 우대 기준이 과하다고 봤다. 이를 폐지하는 대신 창업기업 기술등급을 평가기준에 도입해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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