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교육의 필요성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국가 정책에서도 AI는 '미래 먹거리', '필수 역량'으로 강조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정작 AI는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핵심 학습 내용이 아니라 선택적·부가적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 교육과정이 지닌 작동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의 교육과정은 성취기준과 핵심 교육내용을 함께 제시하고, 이 기준을 중심으로 진도표와 교과서가 구성된다. 이 체계는 성취기준 달성을 위해 정해진 교육내용을 반드시 다뤄야 하는 틀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진도표 중심의 선형적 수업 운영을 강화한다. 결국 교과서 배열이 사실상 수업의 기본 구성이 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새로운 주제나 탐구 중심 학습을 정규 수업에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데 제약을 만든다. 특히 머신러닝처럼 탐구·순환·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요구하는 내용은 지금의 수업 체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머신러닝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절차는 정해진 진도를 따라가야 하는 수업 체제에서는 물리적으로 실행할 공간이 없다. 그래서 AI 융합수업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한두 번의 '보여주기식' 수업으로 끝나거나, 정규교육과정에서 밀려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방과 후 영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AI가 국가의 미래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핵심 교육과정의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 교원연수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연수만으로 현장의 변화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교사가 연수를 충분히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배운 내용을 수업으로 펼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성취기준 안에 AI·머신러닝 관련 목표가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고, 수업 시간 편성 또한 탐구 기반 활동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가 어떤 연수를 받더라도 수업으로 연결되기 힘들다. 결국 지금의 연수 확대는 교사의 역량을 문제 삼기보다는, 제도적 틀에서 오는 제약을 교사 개인이 보완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국제 비교는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주요 보고서들은 AI 교육의 성공 조건으로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목표와 내용이 명확히 자리 잡는 것을 가장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책은 오히려 이보다 부차적인 교원연수나 시범사업에 집중해 왔다. AI 교육이 국가적 과제라고 말하면서도 학교로 들어오는 순간 그 영향력이 축소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책의 방향과 제도적 기반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AI 교육은 앞으로도 주변부에 머물 수밖에 없다.
AI 교육을 실천하려면, 연수보다 먼저 AI에 적합한 성취기준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예측·분류·군집과 같은 머신러닝 친화적 학습 목표가 일반 교과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설정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설계의 원리부터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또는 정보 교과가 AI를 단독으로 다룰 수 있는 시수와 교육적 지위를 확보하여 학교에서 AI 교육을 안정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AI 교육의 정규교육과정 내 지속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AI는 미래 교육의 핵심이며 국가적 전략이기도 하다. 그 중요성에 비해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AI가 차지하는 위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는 교사의 역량도 필요하지만,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현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AI 교육이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교육당국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책무이기도 하다. 그 결단이 뒤따르지 않는 한 AI 교육 강화는 결국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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