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4세, 7세 영유아가 입시 경쟁의 대열에 서 있다는 보도가 어른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사교육 시장은 입시에서 가장 거리가 먼 영유아의 삶 조차 점령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AI)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오픈형, 생성형, 대화형 AI를 통해 학교에서 보다 더 넓고 깊은 지식에 다가갈 수 있다. AI는 우리의 질문을 더 정교하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의 지식을 순식간에 연결해 준다. 따라서 학교 교육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살아온 3040 부모는 여전히 아이가 경쟁에서 뒤쳐질 것을 염려한다. 또 사교육 시장은 이러한 부모의 불안을 부추기고, 부모는 불안에 대한 비용을 사교육 시장에 지불한다. 영유아들은 부모의 따뜻한 손길과 눈길로 보살핌을 받으며 세상을 감각하고 경험하며 배워야 한다. 이 시기에 영어와 수학이라는 영유아에게 적합하지 않은 지식학습에 과도하게 노출시키는 것은 AI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산업화 시대 교육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유래 없는 취학 전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을 시행하고 있다. 집 가까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유아가 놀이하며 배우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국가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유아가 주도하는 배움의 방식을 존중하는 놀이 중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놀이 중심은 영유아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방식이다. 놀이는 공부와 대척점에 있지 않다. 영유아 교육에서 놀이는 영유아가 주도적으로 세계를 탐색하고, 탐구하며 배우는 방식이자 수많은 배움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놀이로 배우는 영유아 사례를 들어보자. 1세 영아가 이유식이 비어가는 그릇을 이리저리 기울여 음식을 한쪽으로 모으는 물리 현상을 경험하며 알아가고 있다. 이 영아는 교실의 바퀴 달린 장난감 자동차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바닥 면의 재질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자, 주변의 모든 자동차를 굴려보며, 바퀴의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알아간다. 영아가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주도적으로 탐색하는 방식이 놀이이다.
가게 놀이를 하는 4세 유아가 글자와 그림을 섞어 손님이 알아볼 수 있는 간판을 만들고, 상품에 가격을 매기기 위해 값어치를 고민한다. 간판에는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상징의 필요성을 글자 혹은 그림으로 나타내고, 값이 매겨지는 시장의 원리를 만들어본다. 스스로 주도하며 세상을 탐색하고, 세상의 현상을 알아가는 탐구인 놀이에서 수많은 배움이 일어난다. 놀이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영유아의 놀이는 영유아가 잠재성을 실현하는 배움과 성장의 장이다. 세계 각국의 영유아교육은 놀이중심을 지향하며 영유아 개별의 배움에 주목한다. 국가가 지원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유아에게 즐겁게 놀이하며 배우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현명한 부모는 더 이상 이익을 추구하는 사교육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유치원, 어린이집을 더 이상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에 국가는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며 성장해 세상과 관계 맺기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더욱 더 촘촘하고 탄탄한 공공보육 및 교육체계을 갖추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국가 교육시스템의 기초 축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정선아 숙명여자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chung78@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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