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인은 기계가 판정” 148년 전통 깬 윔블던, 인간 선심 사라졌다

2025-07-03

올해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148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선심이 사라진 대회로 기록됐다. CNN은 4일 “윔블던 라인 콜은 전적으로 전자 판독 시스템(ELC·Electronic Line Calling)에 맡겨졌고, 경기장에는 더 이상 라인 판정을 외치는 선심들의 외침도, 날렵한 움직임도 없다”며 “한 세기 넘게 이어진 풍경은 기술 앞에 조용히 퇴장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인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은 “심판 판정의 정확성을 극대화하고, 선수들이 투어에서 경험하는 표준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전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폴린 에이어는 21살이던 1980년대 처음 윔블던 선심으로 코트에 섰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잔디를 밟고 들어가는 그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며 “정말 자부심이 가득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비록 선수가 아닌 ‘심판’이었지만, 테니스가 ‘사람이 만드는 스포츠’라는 신념으로 16년간 윔블던 선심으로 활약했다. 에이어는 “기술이 모든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건 아니다”며 “라인 판정은 이미 충분히 정확했다”고 자명했다. 그는 “기계는 항의할 대상이 아니니까. 인간적인 요소가 사라지면, 테니스의 본질도 퇴색한다”고 걱정했다.

윔블던의 선심은 단순한 경기 보조자가 아니었다. 랄프로렌의 고급 유니폼, 균형 잡힌 자세, 짧고 명확한 판정 외침 등은 윔블던만의 ‘품격’을 완성했다. 관중석엔 아예 라인 심판 복장을 입고 등장해 항의의 뜻을 밝히는 팬들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라인 판정의 ‘인간성’을 되살려달라고 외쳤다.

윔블던이 이러한 전통을 접은 이유는 투어 전체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다. ATP와 WTA 투어는 이미 전면적으로 ELC를 도입했고, 호주오픈·US오픈도 마찬가지다. 현재 인간 선심을 유지하는 그랜드슬램은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가 유일하다. 앤드루 재럿 전 윔블던 심판장은 “기술이 충분히 정밀하게 세팅된다면 인간보다 더 정확하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이 존재하고 개선된다면 왜 사용하지 않겠는가. 다만,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있다. 이제 더는 젊은 테니스 팬들이 선심을 꿈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완벽했던 것만은 아니다. 여자 단식 2회전 키스-다닐로비치 경기에서는 포인트 사이에 갑자기 ‘아웃’이라는 기계음이 나오는 일이 벌어져 관중석에 웃음이 번졌다. 위안위에(중국)는 “코트 8번은 관중이 많고 소음도 커서 기계의 콜이 잘 안 들릴 때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자 단식 톱시드 아리나 사발렌카는 “절반쯤 동의하지만 전자 시스템이 더 나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자 단식 디펜딩 챔피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는 “난 전통적인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프랜시스 티아포는 “선심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판정 챌린지는 경기의 재미”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윔블던은 2007년부터 호크아이 시스템을 도입해 선수들이 인간 선심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선심 교체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전 심판장 재럿은 회고한다. 에이어는 “호크아이가 오히려 우리의 정확함을 입증해줬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게 직업의 종말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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