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기술을 실제로 구현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한국은 세계 유수의 자동차 산업 기반과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로보택시 기술의 빠른 발전이 가능했다.
이러한 점은 일본과 독일에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들 국가 역시 한국의 성과를 보며 자국 내 로보택시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인공지능(AI)이 핵심인 로보택시 기술은 이제 국가 간의 치열한 기술 주권 경쟁의 전장이 되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특히 세계적인 대도시인 서울 강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로보택시 시장 역시 그 변화 속도가 빨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보택시의 본질적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아주 안전한 로보택시 AI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둘째는 그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만km의 실증 주행 거리와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바로 이 시점에 무인 운행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특화 학습을 진행하면, '실증 주행 거리를 10배인 2억km 수준으로 가상 증폭'할 수 있다.
2억km 수준의 실증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세계적으로 로보택시의 안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선도 기업들이 이미 투자와 시행착오를 거친 검증 경로를 전략적으로 따라간다면, 오히려 이들을 추월할 기회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 한국이 반드시 갖춰야 할 두 가지 핵심 기준이 있다. 이는 글로벌 로보택시 선도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역으로 분석하여 도출한 것으로, 그들은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왔다. 로보택시 한 대가 하루 24시간 실도로를 주행하며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약 200km에 불과하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300대의 로보택시가 1년 365일 쉬지 않고 운행해야만 2000만km의 누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는 단순한 양이 아니라 신뢰성의 기반이다. 실증 데이터만으로는 이미 경험한 위험 상황에 대한 안전성만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로보택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코너 케이스)'에서도 안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실증 데이터에 없는 다양한 상황들을 가상 학습시켜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야만 어린이 보호구역 등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사람만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로보택시를 구현할 수 있다.
2000만km의 고품질 실증 데이터와 로보택시용 AI 파운데이션 특화 모델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 2억km에 달하는 안전성을 증명한 로보택시야말로 시민이 믿고 탈 수 있는 진정한 자율주행 서비스다.
로보택시는 단순히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시민의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하고, 예측할 수 없는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기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시급한 상황에서 한국은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신속한 실행과 전략적 투자가 절실하다.
김기혁 에스더블유엠 대표이사 khkim@swm.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