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짜리 '포르쉐'가 케이크로 변신…'교보문고맛 빵'도 나왔다

2025-10-05

지난달 27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입구 선큰 광장. 이곳에서 진행되는 연세대학교 연세유업의 ‘Welcome to 빵먹단’ 팝업스토어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연세유업은 교보문고와 협업한 신제품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생크림빵’을 선보이기 위해 이날 행사를 기획했다.

교보문고를 드나들던 인파 중 일부는 팝업스토어에 관심을 보이고 대기 줄에 합류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벤트에 참여해 신제품을 받은 허모(47)씨는 “평소 교보문고에 자주 방문하는데 이런 협업은 처음 봤다”며 “연세우유생크림빵이라는 제품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책을 구매하고 나와 대기 줄에 선 이성민(22)씨는 “서점의 색깔을 어떻게 빵으로 표현하고 구현했을지 궁금해서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가 이색 협업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나섰다. 연예인 홍보 모델이나 대중적인 캐릭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마케팅, 동종업계와의 협업을 넘어 최근에는 완성차·출판 층 전혀 다른 업종과도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종을 넘어선 식품업계의 협업 시도는 양쪽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품에 최대한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굿즈(브랜드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를 제공하거나 제품 포장에 협업 브랜드 이미지나 특징을 넣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노리고 출시한 협업 제품과도 차이가 있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크림빵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교보문고가 연상되는 미각, 후각적 특징을 제품에 반영하려 고심했다”며 “교보문고 측과 개발 미팅 과정에서 가을, 독서를 연상할 수 있는 색상을 크림에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달 29일 보일러·난방기기 전문 기업인 경동나비엔과 협업해 즉석 라면 조리 제품인 ‘나비엔 보일라면’을 재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1월 한정 출시됐다가 올해 다시 선보이는 것으로, 지난해에는 농심 부대찌개면을 동봉했지만 올해는 오뚜기 진라면로 구성을 바꿨다.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보일러 모양을 한 ‘온수팩’과 라면 조리 시 발생하는 물 끓는 소리는 보일러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이탈리아 완성차 업체인 포르쉐와 협업해 ‘포르쉐 911 케이크’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한정판으로 출시한 이 케이크는 사전 예약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케이크 디자인 전 과정에서 포르쉐 측과 논의해 포르쉐 911 특유의 곡선 실루엣과 차량 라이트, 휠·리어 등 디테일을 구현했다”며 “홀케이크 구매 고객은 여성 비율이 약 90%에 달하지만, 이번 협업으로 포르쉐의 헤리티지를 내세워 남성 고객층을 더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식품업계의 협업이 타 업종의 충성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자 협업 영역을 넓히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적으로 경쟁하지 않는 브랜드 간의 협업은 각사 제품의 ‘크로스 셀링(교차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며 “상대 브랜드 고객의 잠재적 구매력을 고려하고 자사 인지도를 높여 소비자 접점을 최대한 확장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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